세계 해양인 앞에 선 아덴만의 영웅 "해야 할 일만 생각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58) 선장이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총회에서 '세계 최고 용감한 선원상(Exceptional Bravery Award at Sea)'을 받았다. 석 선장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납치와 구출작전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만 생각했다"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말하자 부인 최진희(59)씨와 각국서 온 참석자들이 힘찬 기립 박수로 축하했다. 시상식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장관, 추규호 주영 한국대사, IMO 각국 대표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IMO가 2007년 제정한 이 상은 바다에서 인명을 구하고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개인·단체에 주어진다. 석 선장은 삼호주얼리호가 지난 1월 15일 아라비아해 인근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엿새 뒤 청해부대 최영함의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구출되는 과정에서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참석자들은 삼호주얼리호의 피랍 상황과 구출작전,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의 병원 후송과 회복 과정을 담은 영상도 함께 봤다.

석 선장은 수상 연설에서 "세계 여러 해역에서 선량한 선원의 목숨을 위협하는 해적행위가 수없이 자행되는 데 대해 35년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저로서는 두려움과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낀다. 여러분이 해적 퇴치에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석 선장의 수상과 연설을 지켜본 부인 최씨는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는 "오만 살랄라에 누워 있는 남편을 만나러 갈 때는 살아 돌아오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의사 선생님께 죽어도 한국 가서 죽게 해달라고 했다"며 "역경을 이겨낸 남편이 자랑스럽다. 국민과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석 선장은 9개월의 입원과 재활치료를 마치고 지난 4일 퇴원했다. 건강은 회복했지만 총상 후유증까지 털어내지는 못했다. 그는 몸 상태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양다리가 정상의 80~90%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앉았다가 일어설 때 아주 힘들다"고 했다. 왼쪽 손가락 세 개는 신경이 완전히 끊겨 25%만 기능한다. 이 때문에 옷 입을 때도 단추를 채우지 못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