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축내는 '유령 연금(사망 숨기고 연금 계속 받는 것)' 안 빼먹는 데가 없다

전남 보성에 사는 임모씨는 3년 전 사망한 부친의 국민연금을 계속 받아오다 지난 5월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현장 조사에서 적발됐다.

임씨는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주장했으나 마을 주민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미 2008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친 사망 사실을 숨기고 30개월 동안 매달 19만원씩 모두 575만원의 연금을 받아온 것이다.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복지 급여기관들이 가족의 사망을 숨긴 채 '유령 연금'을 받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연금공단 조사 결과, 2007년 이후 지난달까지 5년 동안 사망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국민연금을 챙긴 건수는 1만975건(47억8000만원)에 이른다.

국민연금공단이 2009년 이후 특정 연령대 노인들을 전수(全數) 조사까지 하면서 유령 연금을 차단하려 하는데도 2009년 2407건, 2010년 2511건 등 발생 건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08년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기초노령연금(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도 유령연금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다. 올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8~2010년 3년 동안 사망신고 지연으로 이미 숨진 사람에게 잘못 지급한 기초노령연금은 3만3847건, 42억9155만원에 이른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사망한 사람에게 지급한 금액도 이미 9억754만2000원(4688건)에 달했다.

'사망자와의 전쟁'을 벌이는 복지정책이 의외로 많다. 기초노령연금·장애인연금(복지부), 국민연금(국민연금공단) 외에도 산재보험(근로복지공단), 국가유공자 의료급여증 발급(보훈처), 영구임대주택 공급(국토해양부) 등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급여를 중단해야 하지만, 유령연금을 받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는 300만명,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380만명을 초과했고, 기초장애연금 수급자도 수십만명에 이르고 있다. 부정수급이 드러날 경우 환수를 시도하지만 연락 두절 등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복지부는 병원 사망자 정보, 전국 화장장(火葬場)의 사망자 정보, 지자체 매장(埋葬) 정보, 장기요양시설의 사망신고 정보 등을 모아 사망자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렇게 해도 사망자 정보의 70%밖에 수집하지 못해 30%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지난해부터 '1년 이상 건보공단을 이용하지 않은 70세 이상 노인' 4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조사를 통해 사망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고 계속 국민연금을 받아온 사례를 지난해 11건, 올 들어 9건 적발했다.

연금공단은 올해도 2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제 생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 91개 지사별로 담당자를 두고 조사 중이다. 이 같은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입법을 앞두고 있다.

☞유령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수령 대상자가 사망했는데도 유가족이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받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연금·기초노령연금·산재보험 등에서도 사망 사실을 숨긴 채 연금을 받으려는 시도가 적지 않아 담당 기관들이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본에서도 유령연금이 사회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