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시대] "한국만 美·EU·아세안 모두와 FTA 체결, 다들 부러워해… 세계 무역의 허브될 것"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에 대해 "한국 경제 발전사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2일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과연 한국 경제사에 큰 획을 그었던 사건이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반드시 한·미 FTA 체결과 발효를 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공 회장은 한·미 FTA 비준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FTA 허브(Hub)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유럽연합(EU), 단일 시장으로 가장 큰 미국, 발전 속도와 잠재력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세안(ASEAN) 세 곳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다른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효과와 관련해서는 미국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며 칠레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칠레와 FTA를 체결하기 전에는 시장 점유율이 일본에 밀렸지만 3년 먼저 FTA를 체결하면서 점유율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04년, 일본은 2007년 칠레와 FTA를 맺었다. 사공 회장은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은 칠레에서 6.4%, 일본은 5.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3년 선점 효과가 현재까지도 시장 점유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공 회장은 한·미 FTA 체결로 외국인 직접 투자가 증가해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제조업보다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서비스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제조업·서비스 수출 규모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 수출은 세계 7위인데 서비스 수출은 14위에 불과하다"며 "거꾸로 얘기하면 그만큼 서비스 수출 여력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수출이 세계 1등인 미국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늘리면 우리나라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는 서비스업 수출 증가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공 회장은 "지금 국민소득은 2만달러 수준이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4만달러, 5만달러의 나라들이 있다"며 "이들 국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무역을 늘릴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게 바로 FTA"라고 강조했다.

국회 비준을 앞두고 온갖 유언비어가 쏟아진 데 대해 사공 회장은 "칠레와 FTA를 체결할 때도 마치 우리나라 모든 농가가 망하는 것처럼 비쳤는데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한·미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공 회장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G20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지냈고, 2009년 2월부터 한국무역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