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일상 영화(15분 단편영화)로 만드는 탈북 청소년들

"거기서 그쪽을 쳐다보지 말고, 이렇게, 그렇지. 스탠바이~ 큐."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두리하나국제학교' 강의실에서는 막바지 영화 촬영이 한창이었다. 주인공 역을 맡은 한강철(가명·21)씨가 수업 중에 짝사랑하는 여자를 생각하며 딴청을 부리는 장면이다.

이 학교의 18~21세 탈북 청소년 7명이 손수 카메라를 잡고 연기까지 맡았다. 올해 1월부터 매주 1시간씩 문화컨설팅그룹 '위드컬쳐'의 방송제작팀 직원들에게서 영화 이론과 실무 교육을 받은 뒤 이번엔 영화 제작에 도전한 것이다.

이들을 지도한 최지훈 위드컬쳐 PD는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촬영을 하는 등 프로 못지않은 열정을 보여줘 모두가 놀랐다"고 했다. 지난 21일 시작한 영화 촬영은 매일 10여시간씩 강행군이다.

이들이 만들고 있는 '인터뷰'라는 제목의 15분짜리 단편영화는, 한 다큐멘터리 PD가 이성 문제로 고민하는 한 탈북자의 일상을 촬영하면서 웃고 울고 사랑하는 탈북자의 고민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영화 수업을 수강한 탈북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영화 주제를 정하고 2개월간 시나리오도 함께 만들었다. 카메라 촬영을 보조한 정기훈(19)군은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인공 역의 한씨는 지난 2002년 초 중국으로 탈북해 올해 1월 한국에 올 때까지 식당, 공장 등에서 막일을 했고, 중국 공안의 단속이 심해질 때면 몇 달씩 숨어지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경선 위드컬쳐 대표는 "탈북 청소년들이 영화에 대한 지식이나 관심이 많은 이유가 남한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녔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아이들이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에 이번 영화 제작이 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초까지 영화 제작을 마치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등 6개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