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 치안감

"봉사하는 마음으로 약자를 보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경찰사 66년에 처음으로 '여성 치안감'이 된 이금형(53) 광주지방경찰청장은 "한없이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5월 부임한 이 청장은 23일 치안감 승진과 함께 '직무대리' 꼬리표를 뗐다. 직책은 그대로다.

청주 출신으로 대성여상고를 졸업한 뒤 1977년 19세에 순경 공채로 경찰에 왔다.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등을 거쳐 2002년 여성 세 번째 총경으로 승진했고, 충북진천서장·서울마포서장·경찰청여성청소년과장을 거쳐 2009년 두 번째 여성 경무관이 됐다. 이후 충북경찰청차장, 경찰청 교통관리관, 생활안전국장을 지냈다.

2008년 비행청소년 연구로 박사 학위(동국대)도 받은 그는 경찰에서 아동·청소년과 성폭력·학교폭력 분야 1인자로 꼽힌다. 서울 마포서장이던 2006년엔 연쇄 성폭행범 '마포 발바리'를 검거하기도 했다. 여경 기동수사반의 전국 확대와 성매매 피해 여성 긴급 지원센터, 성폭력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182실종아동찾기센터'도 그의 작품이다.

"경정 때 아동 성폭력 사건을 맡으면서, 왜곡된 성문화와 성범죄 실태에 울분을 참을 수 없었어요.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를 발에 땀이 나게 쫓아다녔죠." 그는 "그 시절 '너무 일을 벌인다'는 눈총도 받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성폭력이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했다.

이 청장은 특유의 섬세함에다 34년 경력에서 나온 다양한 노력으로 광주의 치안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광역시는 올 상반기 치안 활동 만족도 평가에서 전국 16개 지방청 가운데 5위, 7개 특별·광역시 중에선 1위를 차지했다. "경찰 입문 때 마음에 새겼던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약자와 서민을 위하는 진정한 경찰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