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설득 못하면 정책 의미 없어… 갈등조정관 만들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 대해, "의회가 언제까지 날치기하고 물리력으로 막는 혼란이 계속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난한 뒤, "FTA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를 독소 조항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한미 FTA 처리과정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린 것에 대해서는 "그만하자"며 논평을 거부했다.

-여전히 ISD를 독소 조항이라 보는가.

"객관적 사실 아닌가. 당사자는 국가이지만 실제 내용은 상당히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다른 나라 사례에도 나와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내년에 대선에 출마하나.

"전적으로 그분에게 달렸다. 나도 10년 넘게 공직에 나오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결심하지 못했다. 내가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 사퇴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사람이 찾아왔다. 내면의 고민도 있었지만 그 무렵 출마를 결심하고 평소 존경하거나 자문하는 어른들을 찾아뵙고 상의해 결심했다."

-국정원에 제소당한 것이 서울시장에 출마한 계기가 됐다고 최근 저서에서 밝혔는데.

"그런 것도 있었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이 힘들어졌다. 어디 강연을 가면 늘 정보과 형사가 와 있고, 심지어 국정원에서 전화가 왔다는 얘길 몇 차례 들었다. 나는 정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 했다. (기부한 기업의 세무조사 얘기 등)여러 경로로 온갖 얘기들이 있었다."

-정치권을 '항공모함' "침몰할 것"이라 했다. 민주당도 포함되나.

"민주당도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혁신과 통합이란 기치를 내걸었다. 그것은 지금 대부분의 민주당, 또 야권도 동의해서 혁신, 통합이란 관점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트위터가 집표력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가 특별했다기보다 이런 흐름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됐고 오바마 대통령 때도 그랬다. 다변화되고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는 맞춤형 시대가 되면서 앞으로 선거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주노총 집회를 위해 서울광장의 스케이트장 공사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광장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만큼 중요한 공간인데 스케이트장(공사)으로 써버리면 한 달이 넘는다. 그렇게 쓰면 나머지 집회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회의를 세 번이나 했다. 어찌 해결할 것인가 하고. 물론 (민노총의) 요청이야 있었지만, 꼭 그것만을 위한 건 아니다. 민노총도 하나의 요청이니…"

-선거 기간 중 천안함 사태에 대한 입장이 관심을 모았다.

"정부가 지식인이나 국민들로부터 불신받고 그런 와중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 우리 충돌이었다'는 여러 가지 설이랄까,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을 뒤엎을 정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 발표를 기본적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황당한 주장들이 있는 이유를 성찰해봐야 한다. 서울시정에서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들을 설득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박원순 시정의 핵심 중 하나는 갈등 요인들을 어떻게 처음부터 매니지해갈 수 있는가이다. '갈등조정관'이라는 직책을 만들려고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유보한 이유가 있나.

"시장에 대한 평가도 어려운데…. 물론 과거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때론 청산, 때론 승계가 있어야 미래가 잘된다. 중요한 것은 미래고 현재라고 생각한다. 고건 시장은 행정의 달인이다. 조순 시장은 정책은 잘 모르겠지만 시민의 호감을 만들어낸 분이다. 관선시장이었지만 이원종 시장도 평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