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선 박사 떠나는 길에 고개 숙인 자크 랑 의원

"박병선 박사님은 높은 학식과 문화적 소양을 지닌 훌륭한 지성인이었고, 프랑스와 한국 간 빛나는 우정의 상징이었습니다."

외규장각 도서의 국내 반환을 도왔던 자크 랑(72) 프랑스 하원의원이 23일(현지 시각) 박병선 박사의 타계 소식에 조전(弔電)을 보냈다. 랑 의원은 미테랑 대통령 시절 문화장관을 지내면서, 박 박사가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발견한 외규장각 도서의 한국 반환을 도왔다. 그는 조전에서 "문화장관으로 재직 중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프랑스가 한국으로부터 부당하게 약탈해간 문서들을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은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監儀軌) 한 권을 처음 돌려줬다. 랑 의원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도 도서 반환의 중요성을 거듭 건의했다. 랑 의원은 이튿날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과 함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둘은 외규장각 도서 반환 지지 협회를 만들어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 반환 운동을 벌였다. 그 공로로 지난 9월 우리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박 박사의 영결식은 25일 오전 파리의 외방선교회에서 열린다.

정부는 박병선 박사의 국립묘지 안장이 확정됐다고 24일 밝혔다.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위원장 국가보훈처 차장)는 "서면 심의를 통해 고인이 국가·사회에 현저하게 공헌한 업적을 인정해 고인의 국립묘지 안장을 의결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말했다.

고인의 유해는 25일 장례 미사가 끝나면 화장돼 현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 주 중 인천공항에 도착, 국립 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된다. 구체적인 안장 의식 절차 및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