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자체가 목적이 되면 賞 멀어져"

"저는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Don't work too hard). 생각할 시간을 가져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유로운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24일 서울 필동에 있는 동국대 본관 중강당에서 '신흥 물질의 주요 연구 이슈, 기초과학 지원과 노벨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진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회 보리예 요한슨(Borje Johansson·69) 위원장은 강연 후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노벨상이 과학 연구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자유로운 창의력을 갖추고 좋은 과학을 즐겁게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왕립 공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요한슨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3년 임기의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동국대 연구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요한슨 위원장은 "25년 전에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이후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발전 속도에 깜짝 놀란다"며 "한국의 과학 역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노벨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위원장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에서 아쉽게 탈락한 한국인 과학자 김필립 교수에 대해 "우리는 매년 수상이 끝나면 이의 제기를 수십 건 받는다"며 "모든 것은 50년 뒤에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은 꿈의 물질로 알려진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공로로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안드레 가임(53·Geim)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7·Novoselov) 박사가 받았다. 하지만 그래핀의 존재를 실험으로 확증한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수상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요한슨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노벨상 자체가 과학도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벨상은 과학도에게 하나의 보너스일 뿐입니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요한슨 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노벨상 수상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노벨상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좋은 과학을 생각하고 매진하면 어느새 (노벨물리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롬에 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