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상인들, 배우 됐다네

지난 6월,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재래시장인 우림시장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연극 오디션을 합니다. 대상은 상인과 주민'. 60명가량 몰렸고, 재기와 연기력을 중심으로 상인 10명과 주민 12명이 선발됐다. 극단 이름은 '춤추는 황금소'. 황금소는 우림시장의 상징이다.

이들은 이후 4개월간 매주 월·수·금요일 저녁 7시에 모여 자정을 넘겨가며 열심히 연습했다.

그 첫 공연이 27일 오후 4시 시장 안 '우림소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은 30일 저녁 7시 중랑구청 강당에서 열린다. 확인된 건 아니지만, 국내 유일 상인(商人)극단의 공연인 셈이다. 연극 제목은 '파란만장'. 일제강점기 이후 동네시장 상인들이 겪어 온 온갖 애환이 소재다. 관람료는 돈 대신 쌀이나 라면을 받는다. 나중에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연출은 번개수산 주인 이종호(59)씨가 전문가와 공동으로 맡았다. 이씨는 대학 때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이후 간간이 활동한 반전문가다. 이번에 극본을 각색하고 변사 역할까지 맡았다.

그는 "저로선 이 무대가 연출 데뷔작인 셈"이라며 "일회성 극단이 되지 않도록 계속 지켜가고, 앞으로 연극 말고 다른 문화활동으로도 확대해가고 싶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정육점, 야채상, 양품점, 떡집, 순댓국집, 두부가게 주인 등이 출연한다. 주민 출연자는 대부분 주부고 어린이도 네 명 있다. 딸을 내보내려고 오디션에 데려왔던 엄마가 '내가 해도 재밌을 것 같다'며 즉석에서 나서 무대에 함께 서게 된 경우도 두 쌍이나 있다. 상봉1동 통장도 무대에 오른다. 김희선(47)씨는 유치원 원장이다. 그는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나섰는데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며 "맡은 배역이 내 성격과 딴판이라고 생각돼 좀 불안했는데 나름대로 몰입하다 보니 내 안에 숨은 또 다른 나를 발견한 것 같아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하나다. 경상현 프로젝트 매니저는 "주민과 상인이 함께 연극을 연습하고 관람하면서 한결 강한 일체감을 느끼는 마당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