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금리에 지친 투자자들 투기성 채권에 눈 돌려

몇 년째 이어지는 저(低)금리 환경과 주식 시장 급락. 한 펀드매니저는 현재 자산관리 시장을 '동면(冬眠)'에 접어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투자 자금이 갈 곳을 잃은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기등급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 투기등급 채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부도 위험성이 높은 만큼 기대 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을 말한다.

◇투기등급 채권 수요 늘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투기 등급을 부여받은 회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투기 등급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 7~11월 발행된 투기등급 회사채는 총 1445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한성욱 대리는 "회사가 채권을 발행할 때는 이미 물량을 소화할 수요자를 정하고 회사채를 발행하기 때문에 하반기 투기등급 채권 발행 계획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기 등급의 회사채 금리도 하락하는 추세다. 채권의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위험성은 낮아지고 수요가 늘어나 채권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투기등급인 BBB- 회사채(3년물) 금리는 올해 초 10.5% 위에서 거래됐지만, 11월 들어 9%대로 낮아진 상태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 수익률 '우수'

최근 투기등급 채권(하이일드)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좋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하이일드 채권 펀드 수익률은 4%를 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13.6%에 그쳤다. 특히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국공채와 일반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을 앞질렀다.

대표적인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동양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동양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증권투자신탁'과 하나UBS의 '하나UBS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30증권투자신탁'이 있다. 이들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각각 4~5%를 기록했다.

◇"채권 직접 투자할 땐 신용등급 따져야"

다만 개인들이 이들 투기등급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수요가 많지 않고, 개별 기업들이 개인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투자하려면 일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기업어음(ABCP)을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 ABCP는 비교적 단기간 투자하는 채권 상품으로,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ABCP는 기업이 발행한 증권에 담보 자산이 존재해 안전장치가 하나 더 추가된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박진환 WM컨설팅 부장은 "개인이 직접 채권에 투자할 때에는 수익률보다 신용등급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투기등급 회사채인 만큼 자금 사정이 나빠질 우려는 없는지 체크하는 것은 물론 필수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채권을 고를 때 해당 채권이 우량한 그룹의 계열사가 발행한 것일수록 투자 위험이 적고, 채권 발행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보다 사업 투자 확대를 위한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