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절약… 발품 대신 손품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일주유소는 휘발유를 리터(L)당 2345원에 팔았다. 같은 시각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연희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846원. 두 주유소는 직선거리로 5㎞도 채 안 된다. 하지만 기름값 차이는 L당 무려 499원. 쏘나타(2000cc)에 가득(60L) 채운다면 2만9940원 차이가 난다.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나면 다음 날 기름값이 뚝 떨어진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1㎞도 안 갔는데, 기름값이 100원(리터당)이나 더 싼 주유소가 나온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겪었을 경험담들이다. 괜히 손해 본 것 같은 억울한 느낌에 일시적이나마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앞으로 약간의 '손품'만으로 억울한 심정을 줄이고, 기름값까지 꽤 아낄 수 있게 된다.

한국석유공사는 석유제품 가격 정보를 제공해 온 '오피넷(www.opinet.or.kr)' 홈페이지와 '앱'을 전면 개편해 29일부터 공개한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 '유가 예측' 서비스다. 기름값이 내릴 것 같으면 하루라도 주유를 늦추고, 반대로 오를 것 같으면 하루라도 일찍 기름을 가득 넣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반 운전자가 기름값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따라 결정되지만 1~2주 시차가 있고, 환율 변수까지 겹쳐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가 예측 서비스는 1~2주 후 정유사별 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가격과 16개 광역시·도별 주유소 평균 기름값 정보를 예상해 제공한다. 최근 2년간 국제 유가와 국내 유가의 상관관계를 프로그램화해 기름값 소비자가격을 예측했다.

올 들어 휘발유의 1주일 가격 변동폭은 리터당 7.8원. 국제 유가가 급등락할 때는 1주일 사이 30~40원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쏘나타(2000cc 기준)에 기름을 가득 넣는다면(60L) 한 번 주유할 때마다 2000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나게 된다.

기름을 넣는 시점도 중요하지만, 어디에서 기름을 넣을지도 '유(油)테크'의 핵심. 스마트폰 앱의 '경로별 주유소' 메뉴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지도상에 어느 주유소가 얼마에 기름을 팔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 경기도 안양에 있는 석유공사까지 이동할 경우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경로상에 8개 주유소(셀프 주유소 제외)가 검색된다. 이 중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SK박미주유소의 휘발유값이 L당 1945원으로 가장 싸다. 같은 경로에 있는 금천구 독산동의 SK이가주유소보다 L당 182원 싸게 기름을 넣을 수 있다.

지식경제부 윤선영 사무관은 "소비자들이 기름이 저렴한 시점에 값이 상대적으로 싼 주유소에서 기름을 산다고 가정하면 연간 2700억원의 구매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 달 말부터 알뜰주유소가 보급되면 운전자들은 기름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대량으로 기름을 싸게 사들인 다음 사은품 등 부대 서비스를 없애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을 L당 최대 100원 싸게 파는 주유소다.

석유공사와 농협은 이번 주 중 정유사를 대상으로 석유제품 대량 공급 재입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