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안방 내준 日골프… 격차는 더 커졌다

'주변 국가의 강호들이 모여드는 일본 투어의 환경은 자랑해도 좋겠지만, 간단히 (미국 투어로 가는) 발판이 되는 것 같아서 착잡하다.'

27일 한국의 배상문(25)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선수 2년 연속 1위, 일본투어는 발판인가?'라는 기사로 일본 골프계의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해 김경태(25)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며 한국인 최초로 일본 투어 상금왕에 오른 데 이어, 배상문은 올해 시즌 최종전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여유 있게 상금왕을 확정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선 안선주(24)가 이미 지난주 2년 연속 상금왕을 확정한 상태였다.

남녀 투어 모두 2년 연속 한국 골퍼들에게 상금왕을 내준 일본 골프계는 올해 초만 해도 '반격'의 의지가 충만했었다. 일본 여자 골프의 스타 요코미네 사쿠라는 "일본 투어이니까 일본인이 상금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의를 불태웠고, 남자 골프의 간판스타인 이시카와 료도 "상금왕 탈환"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작년보다 격차가 더 커졌을 뿐이다. 배상문은 이번 시즌 일본오픈 우승을 포함해 3승을 올리며 상금 1억5107만엔(약 22억4000만원)을, 안선주는 4승을 올리며 1억2792만엔(약 19억원)을 벌어들였다.

배상문은 "평소 일본 선수들이 친절하고 우호적이지만, 여러 선수로부터 '실력도 좋은데 미국 가서 뛰는 게 좋지 않으냐'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솔직히 골프 환경이 좋고 성적도 잘 나는 일본에서 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최경주·양용은 선배처럼 되고 싶어서 미국 진출을 결심했다"고 했다. 최경주와 양용은도 일본 투어에서 실력을 다져 미국 투어에 도전했다.

JGTO에서 통산 17승을 올린 일본 골퍼 다니구치 도루(43)는 "배상문은 장타인 데다, 아이언샷과 쇼트게임까지 뛰어나다. 일본에도 이시카와 료와 이케다 유타가 있지만 조금 다르다. 배상문은 엄청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JLPGA는 안선주와 이지희가 상금랭킹 1·2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선수들의 파워는 더욱 강력해졌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되면서 연간 34개 대회가 열리는 JLPGA로 향하는 한국 선수들의 발길이 늘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골프계에선 한국 선수들의 강세로 스폰서들의 후원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