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돌보고… 노인 보살피고… 나눔 실천하는 목사님

"장로님, 포탄이 지붕을 뚫고 들어왔어요. 우리 방 안에 떨어졌어요…."

'인천 제2교회'(담임목사 이건영) 최승덕(72) 장로는 "연평교회 정진섭(86) 장로님의 손이 바르르 떨리던 게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고 했다. 작년 11월 말 북한의 포격을 맞은 연평도 주민 1000여 명이 인천으로 피란해 찜질방에 머물던 때 일이다. 긴급 당회가 열렸다. 교인들이 일사천리로 봉사조를 꾸려 찜질방으로 달려갔다. 세끼 식사는 적십자사 등이 맡았지만, 물과 과일, 떡과 세면도구 등 간식과 생필품은 교회가 책임졌다. 최 장로는 "평소 지역사회 봉사로 단련돼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이뿐 아니다. 매주 월·수·금 새벽 5시면 교인 봉사모임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인천 곳곳의 인력시장에 나간다. 일감을 기다리는 근로자들과 따뜻한 차와 과자, 장갑을 나눈다. 노인정 등에서 한 달에 두 번 짜장면 봉사를 하는 '한마음 나눔회'도 3년이 넘었다. 매주 무의탁 노인 집에 반찬을 배달해주는 모임도 따로 있다. 밥 굶는 아이들을 위해 인근 학교들과 협의, 식당을 정해 놓고 필요할 때 가서 먹도록 한다. 교회는 월 1회 밥값만 치를 뿐, 누가 언제 먹는지 따지지 않는다.

교회 건물은 복지관 시설 같다. 연 예산 1억2000만원의 삼일 특수교육센터, 장서 7000권을 갖춘 꿈나래 어린이도서관, 노인대학과 한글학교 등이 교회 안에 다 있다. 치과·내과 진료실과 이미용·침술 봉사실 등은 주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런저런 '나눔과 섬김'의 사역에 쓰는 헌금이 한 해 약 12억원.

특히 최신 시설을 갖춘 '삼일특수교육센터'는 가장 큰 자랑거리다. 장애아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대기자 숫자만 100명이 넘는다. 센터 총무 최인희(42) 교사는 "엄마 등에 업혀 왔던 일곱살 지체장애아가 2년 만에 자기 발로 걷던 날이 제일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6년 전 교회 재건축 고민은 인천 제2교회가 '착한 교회'로 소문나게 된 계기였다. 1948년 처음 세워질 때 지금 교회 자리는 주거지 한가운데였다. 세월이 흐르며 주택이 떠난 자리를 철공소 500여곳이 채웠다. 교회가 '외딴 섬'이 됐다. 때마침 송도 신도시 아파트 단지 인근에 빈 땅이 났다. '고속성장'할 기회였다. 하지만 그 근처에 개척교회가 이미 수십곳이었다. 이건영 목사는 두 달 기도 끝에 결단했다.

"우리 교회가 신도시로 가면 전통시장 앞에 대형마트 들어가는 거나 똑같아요. 눈물로 세워진 작은 교회들 흡수해서 성장하면 하나님께 칭찬받을까요?" 당회를 열어 "우리는 신앙의 선배들이 시작했던 이 자리에서 계속 지역 사회를 섬기자"고 결정했다. 건물을 새로 짓고 작년 5월 입당예배를 마쳤다. 재정위원장 김성렬(57) 장로는 "처음엔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부심이 더 크다"고 했다.

제2교회는 주택가라야 교회가 성장할 수 있다는 통념도 깼다. 출석교인 3000여명 중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사람은 5%뿐. 대형버스 한 대 없지만, 교인들은 인천 곳곳과 수도권, 멀리는 울산에서 제 발로 찾아온다. 그런데도 매년 5% 안팎 교인이 늘어난다.

앞으로는 교회 건물 2~3층에 외부모·조손 가정을 위한 어린이집도 운영할 계획이다. "우린 여기 남는 게 하나님 뜻이었던 것 같아요. 예수님이 그러셨듯, 가난하고 병든 이와 함께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교회를 찾아와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