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63년생) 세대 280만 가구주, 자산 다 팔아도 노후생계 안돼

지방 산업단지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임모(54)씨는 정년이 2년 남았다. 10년째 살고 있는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1억2000만원), 몇 년 전 예금을 털어 사 둔 시골 집터(5000만원), 보험 몇 개가 재산의 전부다. 은퇴자금을 모으겠다고 5년 전부터 붓기 시작한 연금저축이 있지만, 내년에 작은딸 결혼자금으로 당겨 써야 할 형편이다. 임씨는 "먹고 살려면 퇴직 후 날품팔이라도 나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임씨와 같은 베이비부머(1955~ 1963년생) 세대들이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노후 대책이 막막한 실정이다. 베이비부머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6%(713만명)에 달한다.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안락한 노후를 기대해 왔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베이비부머 가구주 370만명 중 280만명이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산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통계청의 '2010년 가계금융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베이비부머 가구주, 은퇴 자금 부족

연구소의 분석 결과, 베이비부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3775만원이었다. 부동산, 예금, 펀드, 전세보증금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이들 베이비부머는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지속하는데 월 148만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은퇴 시점(55세)부터 죽을 때(83세)까지 생활을 하려면 적어도 3억6000만원이 있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균 자산과 은퇴 후 필요 자산이 엇비슷한 셈이다. 문제는 자산 격차 때문에 은퇴 필요 자금인 3억6000만원 이상 가지고 있는 베이비부머 가구가 전체의 24.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 자산이 은퇴 필요자금의 50%(1억80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가 51.7%였고, 은퇴 필요자금의 10%(3600만원)도 없는 가구가 15.8%에 달했다.

현재 가진 자산을 은퇴 시점까지 지킬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자녀 결혼(평균 7800만원), 자녀 대학등록금(2500만원), 자녀 해외유학비(7100만원), 개인 창업(1억2600만원) 등 목돈이 들어갈 구멍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부양 기대하기도 힘들어"

연구소는 은퇴 후 최소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가구(24.3%)를 '여유군', 절반도 충당할 수 없는 가구(51.7%)를 '위험군', 나머지 가구를 '위험잠재군'으로 나눠 자산 상태를 다시 분석했다. 베이비부머 자산 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 등 부동산에 자산 대부분(76.3%)이 잠겨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금융 자산만으로 노후생활을 지속할 경우, 위험군은 은퇴 후 3년 내, 위험잠재군은 7년 내, 여유군은 10년 내에 자금이 바닥날 것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55세에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통계적으로 28년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는 은퇴 후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베이비부머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2002년만 해도 30대의 68%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가족의 책임'이라고 응답했지만,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노부모를 부양하겠다고 응답한 30대는 3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