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그림에선 詩가 저절로 나온다

"이 신기한 색채 속을 여행하면서/ 두 눈은 파리의 가을에 취하고/ 두 손은 몽골의 얼굴을 만지는 듯하네/ 본래 대자연을 읽어온 나지만/ 화가의 그림은 만물을 꿈속으로부터 불러내네."

2일 오후 첫눈이 내린 중국 수도 베이징의 자금성 안 황성(皇城)예술관에 지난 수년간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돼온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의 시가 울려 퍼졌다. 재불 화가 강명희(姜明姬·64)씨의 작품을 보고 느낀 영감을 읊어낸 시다.

프랑스와 제주도, 인천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화가 강명희씨가 중국 문화부 초청으로 중국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장소는 중국 전통문화 중심지인 베이징 고궁에 있는 황성예술관. 프랑스와 제주도 등지에서 그린 작품 70여점이 나왔다.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그림과 시를 결합한 '시회(詩會)' 형태로 열린다. 시인들이 강씨 작품을 감상한 뒤 시를 써서 그림 앞에서 낭독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프랑스와 한국, 중국, 시리아, 튀니지 등지의 시인 30여명이 참석한다. 그중엔 시인이기도 한 도미니크 드 빌팽 전 프랑스 총리, 튀니지 시인 메뎁, 우리나라의 시몽 스님, 중국 중견 시인 처첸쯔(車前子) 등이 포함됐다.

프랑스의 숲, 몽골의 고비사막 등 대자연을 작품 소재로 해온 강씨는 대담하게 형태를 생략하고 색채를 이용해 주제를 형상화하는 독특한 화풍을 갖고 있다. 중국 시인 수차이(樹才)는 "강씨의 그림은 시인에게 영감을 일으켜 시를 쓰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번이 4번째 중국 전시회이다. 지난 2005년 베이징 중국미술관을 시작으로, 2006년 상하이, 2007년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이때 전시회를 관람한 중국 시인 중에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팬이 여럿 생겼다고 한다. 강씨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이를 시로 읊는 것은 중국 문화의 오랜 전통"이라면서 "앞으로 중국 예술가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중국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을 일절 팔지 않고 보관하는 것으로 유명한 강씨는 원로 영화배우 신성일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