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될래" 오디션 쫓아다닌 소녀… 고졸 최연소 법무사 합격 통쾌한 변신

"아이돌 가수 되겠다고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쫓아다니다 대학도 못 갔어요. 최연소 합격이라고 하지만 빠른 게 아니라 뒤늦게 철든 거죠."

지난달 22일 정보경(22)씨는 4년 동안 참아온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법원행정처가 발표한 제17회 법무사 2차 시험 합격자 121명 가운데 자기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최고령 합격자(만 59세)와 37세나 차이가 나는 최연소 합격이었다. 올해 법무사 1차 시험에는 3798명이 지원, 경쟁률이 31.4대 1에 달했다. 내년 1월 3차 시험(면접)을 치르면 최종 합격자가 된다. 2차 시험 합격자는 대부분 최종 합격한다.

정씨에겐 '가수 하겠다고 폼 잡다가 대학도 못 간 아이'라는 소리가 따라다녔다. "포기해. 딴따라 주변 기웃거린 고졸이 무슨 법 공부를 한다고…." 법무사 시험공부도 쉽지 않았지만 정씨를 괴롭힌 더 큰 벽은 주변의 편견이었다.

정씨는 합격자 발표날 어머니 김근자(48)씨와 안고 울었다고 했다. "엄마, 나 이제 사람들한테 그런 소리 안 들어도 되는 거지? 응?"

정씨의 꿈은 '아이돌 가수'였다. 고2 때까지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쫓아다녔다. 인천시청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아버지는 딸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2004년 인천 백석중 3학년 때부터 노래와 춤 개인 교습을 받으며 가수 준비를 했다.

정씨는 지난 2006년 인천 백석고 2학년 때까지 JYP, SM 등 유명 연예기획사에 10여 차례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Mnet(음악 전문 케이블방송) '배틀신화'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방송에 나오기도 했어요. 합격은 못 했죠. 그 프로그램에서 '빅뱅'의 승리가 합격해서 결국 가수가 됐어요."

아이돌이 되려는 꿈에 교실을 등졌던 정씨는 고3이 되면서 '일단 대학에 가서 다음을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 우연히 TV에서 본 법률 관련 교양 프로그램을 보고 '법률 지식으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법대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정씨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법무사가 되기로 했다. 2007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짐을 싸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 시험 준비 1년 만인 2008년 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2차 합격은 쉽지 않았다. 4년 동안 1차와 2차 시험 합격과 불합격을 반복하다가 이번에 꿈을 이룬 것이다.

정씨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대졸자였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라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부했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청소년 법률 상담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