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의 관제탑… 공유서비스가 뜬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15년 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선전(深?q) 지역에 첫 매장을 내며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전역에 350여개 점포를 냈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커가는 중국에 사활을 걸고 깊숙하게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매장 수가 수백개로 늘어날수록 월마트 식(式) 경영과 문화를 일관되게 이식하기 힘들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매장마다 회계·총무·인사·고객 관리 등을 담당할 직원을 미국 본사에서 수십 명씩 따로 파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월마트차이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유 서비스 센터(SSC·Shared Service Center)'를 도입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월마트는 올해 상하이(上海)·창두(昌都)·후저우(湖州)·선전 등 네 곳에 각각 IT개발센터·지출관리센터(Expense Center)·회계센터·다(多)기능센터를 세웠다.

중국 350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전표(월급 명세서 포함) 처리는 창두의 '지출관리센터(Expense Center)'에서 관리하고 전(全) 매장의 회계는 후저우의 회계센터가 담당하는 식이다. IT업무는 상하이, 기타 지원업무는 선전에서 맡는다. 소수의 관리자를 통해 중국 모든 매장의 경영상황을 미국 본사에서 한눈에 파악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전체 월마트차이나 직원 중 관리자 비중이 40%에서 22%로 줄었다.

◆공유 서비스(Shared Service)는 중앙집권식 통제로 경영 효율성 높여

공유 서비스 경영은 아웃소싱과 유사한 개념으로 과거부터 기업현장에 적용돼 왔다. 예컨대 70~80년대에 직원 수 2~3명의 중소규모 해외 수출 상사들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같은 건물에 있는 유사 업체 3~4곳이 모여 서무 직원을 공동으로 채용했다. 이 서무 직원은 이들 회사를 위해 전화 응대(고객 관리)를 대신해주고, 각종 지출 전표를 처리(회계 관리)하고, 각종 타이핑 업무를 담당했다(IT지원 서비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여전히 불필요한 관리 인력 감축을 통한 경영효율 향상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사불란한 글로벌 경영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월마트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 매장이나 공장을 설립할 경우, 공유서비스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글로벌 통합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SSC를 통해 각 기업이 부수적으로 얻는 소득은 내부 혁신이다. 예컨대 30여 개의 해외 법인에 IT담당자가 10명 단위로 흩어져 있다면 이들은 매일 반복적인 IT 지원 업무만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이들을 300명의 대조직으로 묶어놓으면 혁신적인 시스템 개발에 나설 수 있다.

IBM의 피터 린트 글로벌프로세스 담당 사장은 "조직 안에 흩어져 있는 공유 서비스 기능과 인력을 통합하면 일상적인 유지업무에 매달렸던 직원들 상당수를 혁신 시스템 개발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시장 조사·법무·대외 협력 등 고(高) 부가가치 분야로 진화

현재 SSC의 주된 영역은 사원교육·회계·고객관리(콜센터 등)·비품구매·IT지원 등이다. 본사의 경영 방침을 명확히 해 표준화하고 전파하기 쉬운 분야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데이터 분석이나 시장 조사·법무와 같은 비(非)정형적인 업무에도 SSC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입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본사의 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엑센츄어가 16개국 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49%가 향후 5년 내 데이터 분석·연구개발 같은 가치 증대 업무에 SSC 경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외 협력이나 법무와 같은 특수 업무에도 절반 정도의 기업이 도입 의사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