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눈물로 불을 끄다

31세 한상윤 소방장 - 쌍둥이와 캠핑가려 주문한 탁자, 숨진 직후 배달
"상윤아, 임신한 제수씨와 쌍둥이는 어쩌라고… 왜 그렇게 불 속 깊이 뛰어들었니"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송탄소방서 모곡 119안전센터로 캠핑용 테이블 1개가 배달됐다. 이날 오전 8시 50분쯤 경기도 평택시 서정동 가구전시장 화재를 진압하다 화마에 휩쓸려 숨진 한상윤(31) 소방장이 쌍둥이 아들과 함께 캠핑을 가려고 주문한 테이블이었다. 동료 소방관들은 주인 잃은 이 테이블을 한구석에 세워놓고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부인 강영경(29)씨는 "다음 휴일에는 꼭 아이들과 캠핑 갈 거니까 시간 비워두라고 말했었는데…"라며 울먹였다. 강씨는 임신 중이다. 그는 "배 속에 있는 우리 아기는 어떡하라고 이렇게 먼저 간 것이냐"며 눈물을 흘렸다.

부인 강씨는 경기도 평택시 송탄중앙장례식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 빈소 앞에서 하루종일 울었다. 가족들은 세 살 된 쌍둥이 아들 지성이와 지완이는 빈소에 데려오지 않았다. 쌍둥이만 보면 헤벌쭉 바보처럼 웃던 남편은 사진 속에서 말이 없었다.

베테랑 이재만 소방위 - "난 영혼을 구할테니 너희는 목숨 구하거라"
목사 아버지 뜻 따라 형제 소방관 됐는데…

"그 눈인사가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달려가서 부둥켜안았을 텐데…."

아들의 빈소를 지키는 고(故) 이재만(39) 소방위의 아버지 이달희(73) 목사는 자꾸 허공을 쳐다봤다. 이씨는 지난 3일 오전 화재가 난 평택시 서정동 가구전시장 근처를 지나갔다고 했다. "목욕탕에 가는 길인데 불난 걸 보고 '우리 둘째도 여기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있었어요. 그게 마지막인 줄 몰랐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구전시장의 불은 1시간 만에 꺼졌지만, 아들은 돌아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