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야구팀 맡은 野神 "물건 만들어 봐야지"
입력 : 2011.12.06 01:17
김성근, 2군 '고양 원더스' 초대감독으로
모기업 지원없는 실험적인 팀, 2군서도 외면한 무명선수 모아 한국야구 도약위해 새로운 길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거 아닌가."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불굴(不屈)의 명장 김성근(69)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5일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 8월 재계약 문제로 SK구단과 갈등을 빚고 전격 사퇴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녹색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복귀 무대는 팬들의 박수와 환호가 가득 찬 1군이 아니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2군 무대다. 2006년 10월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고 2010년까지 팀을 세 차례나 우승시키며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칭송받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야구장"
김성근 감독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장소가 어디건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된다는 건 무척 기쁜 일"이라며 "밖에서도 할 일이 많지만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 움직여야 할 곳은 바로 야구장이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 야구장은 목숨을 내건 전쟁터다. 재일교포라는 '그림자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똑같이 차별 대우를 받던 그는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헤쳐나왔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의 1군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신념을 확고하게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해고'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녔다. 그는 올해 SK에서 해고된 다음 "감독직을 떨쳐버리니 더 쉴 틈이 없다"며 의욕을 더욱 불살랐다. 자신이 가르친 후배들이 지도자로 있는 아마추어 팀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의 그라운드 밖 인생도 역시 야구뿐이었다. 최근까지 일본 진출을 타진했던 그는 장고(長考) 끝에 고양 원더스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한국 야구의 목표는 세계 도전"
고양 원더스는 모기업 지원을 받는 기존 구단 운영 형태를 벗어난 팀이다. 구단주인 허민 나무인터넷 위메이크프라이스 이사회의장이 출연한 사재(私財)로 운영된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거기서 가능성을 읽었다고 했다. 그는 "기존 구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세계 무대 도전을 외쳤다. 그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원더스는 그 도전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양 원더스가 성공해 제2, 제3의 독립 구단이 생기면 야구 저변이 확대되고, 한국 야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해 국제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국내 클럽팀이 트리플A에 진출할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이너리그 구단을 인수해 거기에 한국 선수들을 내보낼 수도 있지. 구단주와 내 뜻이 같아 원더스에서 한번 일을 저질러보자고 마음먹었어."
◇"물건 하나 만들어내고 싶다"
고양 원더스는 지난 2일부터 전주에서 한 달 일정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30명 정도로 인원을 추려 오는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창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2군에서도 외면받았던 '야구 패배자', 야구를 한때 그만뒀다가 다시 꿈을 키우는 무명 아마추어 선수들이 그가 황무지에서 뿌리고 가꿔야 할 씨앗들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어조는 강했다.
"원더스 선수들은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고, 올라갈 곳만 있는 거 아니냐? 나 자신도 마찬가지야. 자신을 한계로 몰아가고 그걸 극복해나가고 싶어. 물건 하나 만들어봐야지. 기존 팀에서 하지 못할 야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척박한 야구 환경에서 독립 야구단을 운영하기로 한 고양 원더스에 2012년 2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줬다. SK·두산·LG·경찰청·상무와 함께 북부리그에 속한 원더스는 2012년에 총 48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LG 시절인 2001년 이후 11년 만에 2군 무대를 밟게 될 김성근 감독은 벌써부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일구이무(一球二無·첫 번째 공만 생각할 뿐 두 번째 공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신념처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야신'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불굴(不屈)의 명장 김성근(69)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5일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 8월 재계약 문제로 SK구단과 갈등을 빚고 전격 사퇴한 지 4개월 만에 다시 녹색 그라운드로 돌아온 것이다.
그의 복귀 무대는 팬들의 박수와 환호가 가득 찬 1군이 아니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2군 무대다. 2006년 10월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고 2010년까지 팀을 세 차례나 우승시키며 '야신(野神·야구의 신)'으로 칭송받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야구장"
김성근 감독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장소가 어디건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된다는 건 무척 기쁜 일"이라며 "밖에서도 할 일이 많지만 결국 내가 있어야 할 곳, 움직여야 할 곳은 바로 야구장이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 야구장은 목숨을 내건 전쟁터다. 재일교포라는 '그림자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똑같이 차별 대우를 받던 그는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헤쳐나왔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의 1군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신념을 확고하게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해고'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녔다. 그는 올해 SK에서 해고된 다음 "감독직을 떨쳐버리니 더 쉴 틈이 없다"며 의욕을 더욱 불살랐다. 자신이 가르친 후배들이 지도자로 있는 아마추어 팀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의 그라운드 밖 인생도 역시 야구뿐이었다. 최근까지 일본 진출을 타진했던 그는 장고(長考) 끝에 고양 원더스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한국 야구의 목표는 세계 도전"
고양 원더스는 모기업 지원을 받는 기존 구단 운영 형태를 벗어난 팀이다. 구단주인 허민 나무인터넷 위메이크프라이스 이사회의장이 출연한 사재(私財)로 운영된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거기서 가능성을 읽었다고 했다. 그는 "기존 구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야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세계 무대 도전을 외쳤다. 그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원더스는 그 도전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양 원더스가 성공해 제2, 제3의 독립 구단이 생기면 야구 저변이 확대되고, 한국 야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해 국제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국내 클럽팀이 트리플A에 진출할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이너리그 구단을 인수해 거기에 한국 선수들을 내보낼 수도 있지. 구단주와 내 뜻이 같아 원더스에서 한번 일을 저질러보자고 마음먹었어."
◇"물건 하나 만들어내고 싶다"
고양 원더스는 지난 2일부터 전주에서 한 달 일정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30명 정도로 인원을 추려 오는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창단식을 가질 예정이다. 2군에서도 외면받았던 '야구 패배자', 야구를 한때 그만뒀다가 다시 꿈을 키우는 무명 아마추어 선수들이 그가 황무지에서 뿌리고 가꿔야 할 씨앗들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어조는 강했다.
"원더스 선수들은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고, 올라갈 곳만 있는 거 아니냐? 나 자신도 마찬가지야. 자신을 한계로 몰아가고 그걸 극복해나가고 싶어. 물건 하나 만들어봐야지. 기존 팀에서 하지 못할 야구를 하게 되지 않을까?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척박한 야구 환경에서 독립 야구단을 운영하기로 한 고양 원더스에 2012년 2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줬다. SK·두산·LG·경찰청·상무와 함께 북부리그에 속한 원더스는 2012년에 총 48경기를 치를 전망이다. LG 시절인 2001년 이후 11년 만에 2군 무대를 밟게 될 김성근 감독은 벌써부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일구이무(一球二無·첫 번째 공만 생각할 뿐 두 번째 공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라는 자신의 신념처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야신'의 새로운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