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선동열하고 똑같은 자세 나올때까지 NG 또 NG

많은 영화가 스포츠를 다룬다. 몸과 정신으로만 우열을 가리는 '각본 없는 드라마' 자체이기 때문이다. 22일 개봉하는 '퍼펙트 게임'은 1987년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의 선동열이 연장 1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무승부를 기록한 프로야구 경기를 영화로 옮겼다. 최근 촬영을 마친 '코리아'는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권대회에서 사상 최초 남북 단일팀 우승을 일궈낸 탁구대표팀의 실화를 담았다.

스포츠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경기장면이다. "스포츠선수들이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 치열하게 연습한 결과물을 배우들이 수개월 촬영에서 재연한다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에 대해 한 영화제작자는 "배우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운동 연기를 다 해낸다.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라서 운동신경이나 집중력이 탁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배우들의 운동 연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 '선수 배우'들의 운동 실력은 실제 얼마나 될까.

운동선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을 지도한 코치들의 답은 간단했다. "연습밖에 없다. 촬영 전 2~3개월간 선수들과 비슷한 자세가 나올 정도로 연습을 꾸준히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에서 배우들의 탁구 지도를 맡은 현정화 탁구협회 전무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3개월 동안 일요일 빼고 매일 서너 시간씩 마사회와 농심삼다수 소속 선수들이 배우들에게 탁구를 가르쳤다. 선수들도 연습하다가 안 하면 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우들은 영화 촬영 중에도 계속 탁구 연습을 했다"고 했다. 조승우와 양동근 등 '퍼펙트 게임' 출연진도 야구코치 박민석씨의 지도 아래 촬영 전 3개월 동안 1주일 가운데 5일, 하루 네 시간씩 연습을 했고 촬영 중에도 계속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실제 경기를 수없이 보며 연습을 했기 때문에 제구는 물론 선수 특유의 버릇까지 다 익혔어요. 조승우씨는 최동원 감독님처럼 커브볼을 던지고 양말을 자주 당기는 모션까지 따라했습니다. 양동근씨는 선동열 감독님처럼 슬라이더볼을 던지고, 공을 던진 후 고개를 끄덕거리는 버릇도 연습했어요."(박민석 코치)

영화 속 경기 장면을 실제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 외에 전문가들의 '다듬질'이 필요하다. 박민석 코치는 "공을 잡고 던지는 거리와 타이밍을 세밀하게 구성해서 경기의 긴장감을 그대로 만들어내려고 했다"고 했다. 현정화 전무는 "액션 연기하듯이 하나하나 합을 다 짜야 한다. '공을 친 뒤 발을 한 발짝 떼고 손을 옆으로 돌린다'는 등 모든 동작을 다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코리아'의 경우 공을 치는 것까지만 배우들의 몫이고, 그 이후 공이 날아가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처리했다.

배우들의 실제 실력에 대해 현정화 전무는 "배우들이 연습은 열심히 했지만 실력은 선수들의 10％도 안된다. 초등학교 선수들과 겨뤄도 이길 순 없다"고 했다.

박민석 코치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선수들과 시합할 수 있는 정도지만 구속(球速)은 그들보다 느리다"고 했다. 두 코치는 그러나 "배우들의 자세만큼은 선수들과 비슷하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심판으로 등장하는 탁구협회 소속 심판이 '하지원은 어쩌면 너랑 똑같이 탁구를 치냐'고 감탄할 정도였어요."(현정화 전무) 하지원은 극 중 '현정화 선수'로 나온다.

배우들이 영화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수준을 못해낼 수도 있을까. 박민석 코치는 "지금까지 세 편의 영화에서 배우들을 가르쳤는데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배우들은 집중력이 좋은 데다가 '꼭 해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어 촬영에 필요한 자세 같은 건 신기할 정도로 다 만들어낸다"고 했다. 현정화 전무는 "배우들은 연습 때는 지쳐서 힘을 빼고 공을 쳐도 슛만 들어가면 눈빛과 움직이는 속도가 달라졌다. 배우라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