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내 인생]은행 지점장에서 판소리 소리꾼 된 이용수(65)씨
입력 : 2011.12.07 23:16
판소리로 은행원 스트레스 날려… “내 인생 2막은 대만족일세! 얼쑤”
동편제 본고장 남원이 고향
답답한 은행원 생활 탈출구로 정광수 명창에게 판소리 배워 ‘수궁가’ 이수자 등록
퇴직 후 본격적으로 강습 나서 강남문화원서 14년째 제자 양성 판소리 창작에 책 집필까지
나는 지리산에서 태어났다. 전북 남원 운봉이 고향이다. 어려서 아버지가 산에서 받아온 매를 길들여 지리산과 황산벌을 누비며 꿩 사냥을 하며 자랐다. 시골아이들이 다 그렇듯 서당을 다녔고, 산에 가서 나무하고, 풀도 베고, 소 풀도 뜯기며 학교를 다녔다.
처음 내 길을 열어준 것은 주산이었다. 밤이면 호롱불 밑에서 주산 연습을 해 '선수'가 되었다. 그 덕에 광주에서 실업계 중고교 6년·12학기를 주산장학생 아니면 학과장학생으로 공부했다. 1966년 고등학교 졸업 후 국민은행에 들어갔다. 이후 1998년 전북 정읍지점장으로 은행에서 퇴직할 때까지 죽 은행원으로 살았다.
은행은 내게 너무나 갑갑했다. 그곳의 일은 기계적이고 단순했다. 나는 철창(鐵窓)에 갇힌 맹수처럼 콘크리트벽 안에 갇혀 있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았다. 은행 건물 옥상에 올라가 고등학교 시절에 외웠던 케네디 연설문 등으로 영어 웅변을 연습하며 막힌 가슴을 뚫었다. 카투사로 군에서 제대한 후에는 영어 코미디를 연습하며 경기도 오산의 미군부대 장교 클럽으로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이처럼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 것을 보면, 원래 '끼'는 많았던 것 같다.
처음 내 길을 열어준 것은 주산이었다. 밤이면 호롱불 밑에서 주산 연습을 해 '선수'가 되었다. 그 덕에 광주에서 실업계 중고교 6년·12학기를 주산장학생 아니면 학과장학생으로 공부했다. 1966년 고등학교 졸업 후 국민은행에 들어갔다. 이후 1998년 전북 정읍지점장으로 은행에서 퇴직할 때까지 죽 은행원으로 살았다.
은행은 내게 너무나 갑갑했다. 그곳의 일은 기계적이고 단순했다. 나는 철창(鐵窓)에 갇힌 맹수처럼 콘크리트벽 안에 갇혀 있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았다. 은행 건물 옥상에 올라가 고등학교 시절에 외웠던 케네디 연설문 등으로 영어 웅변을 연습하며 막힌 가슴을 뚫었다. 카투사로 군에서 제대한 후에는 영어 코미디를 연습하며 경기도 오산의 미군부대 장교 클럽으로 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이처럼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했던 것을 보면, 원래 '끼'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판소리를 만났다. 원래 내 고향 운봉은 판소리 동편제의 고장이어서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도 처녀 적에 이화중선 명창의 공연을 본 뒤 평생을 잊지 않고 가사까지 외워 부를 정도로 소리를 좋아하셨다. 내 나이 서른여덟이던 1984년 서울 신길동지점 차장 시절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삼성동의 '판소리보존회'에 나가 조상현 명창에게 춘향가와 심청가를 배웠다. 지리산에서 사냥 다니며 함성을 질렀던 기백이나 긴 영어 문장을 암기해서 웅변을 했던 것이 판소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광주 송정지점장으로 발령이 난 1991년부터는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적벽가와 수궁가로 유명한 고(故) 정광수 명창을 사사했다. 그렇게 전수자 시절을 지나 수궁가 이수자로 문화재청에 등록이 됐다. 그 즈음부터 '이 좋은 것을 왜 나 혼자만 하고 있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광주 송정지점장 근무를 마치고 서울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1년 더 호남지역본부 부본부장으로 광주에서 일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처음에는 낙심했지만, 이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해서 일주일에 세 번(화·목·토)씩 새벽마다 무등산 중턱 너덜겅약수터(해발 470m)에 올라가 소리를 가르치고 출근했다. 그때 TV 뉴스에도 자주 소개됐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서울에 올라와 대모산 판소리교실, 청계산 판소리교실을 열었고, 정읍지점장 시절에는 내장산 국악교실을 열었다.
광주 송정지점장으로 발령이 난 1991년부터는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 적벽가와 수궁가로 유명한 고(故) 정광수 명창을 사사했다. 그렇게 전수자 시절을 지나 수궁가 이수자로 문화재청에 등록이 됐다. 그 즈음부터 '이 좋은 것을 왜 나 혼자만 하고 있나,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광주 송정지점장 근무를 마치고 서울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1년 더 호남지역본부 부본부장으로 광주에서 일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처음에는 낙심했지만, 이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해서 일주일에 세 번(화·목·토)씩 새벽마다 무등산 중턱 너덜겅약수터(해발 470m)에 올라가 소리를 가르치고 출근했다. 그때 TV 뉴스에도 자주 소개됐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서울에 올라와 대모산 판소리교실, 청계산 판소리교실을 열었고, 정읍지점장 시절에는 내장산 국악교실을 열었다.
은행은 IMF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명예퇴직으로 1998년 1월에 조금 일찍 퇴직했다. 그때는 모두가 힘들 때였다. 같이 퇴직한 사람들 중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오히려 더 의욕에 불타올랐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맨 먼저 서울 강남문화원에서 판소리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지방 강의도 많이 다녔다. 내 수업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 단순히 소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판소리 다섯 마당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시대적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고, 한시(漢詩)도 일일이 가르친다. 그래서 '판소리 대학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현재 강남문화원에서만 14년째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솔직히 요즘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우리 음악을 알리기 위해 판소리 관련 책도 쓰고, 창작 공연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을 소재로 한 '왕과 장금' 등 7편을 작사·작곡해서 공연했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까지를 재현한 '예수 수난 복음'이란 판소리를 대치2동 성당 등에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작년에는 4700년 전 치우천황을 연구한 창작 판소리 '치우천황'을 내놨다. 판소리를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를 새롭게 알게 됐는데, 적벽가에 보니 우리 조상인 치우천황을 '헌원이 치우장수를 사로잡던 탁록싸움'이라고 노래해서 일개 장수로 비하한 구절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조상을 낮게 보았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내가 개설한 'www.치우천황.kr'을 방문해 꼭 한번 가사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요즘은 내년 3월 출간을 목표로 판소리 창작에서 소리하기, 감상하기까지를 두루 다룬 '판소리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수궁가' 완창에 도전할 계획이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가끔씩 혼자 판소리 중중모리 장단에 맞춰 크게 외친다. "내 인생 2막은 대만족일세! 아암 그렇구 말구. 얼쑤."
맨 먼저 서울 강남문화원에서 판소리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지방 강의도 많이 다녔다. 내 수업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르다. 단순히 소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뜻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판소리 다섯 마당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시대적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고, 한시(漢詩)도 일일이 가르친다. 그래서 '판소리 대학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현재 강남문화원에서만 14년째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솔직히 요즘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우리 음악을 알리기 위해 판소리 관련 책도 쓰고, 창작 공연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을 소재로 한 '왕과 장금' 등 7편을 작사·작곡해서 공연했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까지를 재현한 '예수 수난 복음'이란 판소리를 대치2동 성당 등에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작년에는 4700년 전 치우천황을 연구한 창작 판소리 '치우천황'을 내놨다. 판소리를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를 새롭게 알게 됐는데, 적벽가에 보니 우리 조상인 치우천황을 '헌원이 치우장수를 사로잡던 탁록싸움'이라고 노래해서 일개 장수로 비하한 구절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조상을 낮게 보았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내가 개설한 'www.치우천황.kr'을 방문해 꼭 한번 가사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요즘은 내년 3월 출간을 목표로 판소리 창작에서 소리하기, 감상하기까지를 두루 다룬 '판소리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집필 중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는 '수궁가' 완창에 도전할 계획이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가끔씩 혼자 판소리 중중모리 장단에 맞춰 크게 외친다. "내 인생 2막은 대만족일세! 아암 그렇구 말구.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