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는 파도… 그속에 던져진 어머니

"'행인구복(行仁求福), 선을 행하면 복을 얻는다'는 교훈을 담았어요. 골치 아픈 복선도 복잡한 권모술수도 없는 우리네 현실을 가감 없이 그린 작품입니다. 보는 것만으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7일 오후 3시 TV조선 창사특집 주말 드라마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이하 고봉실)' 제작발표회가 배우 김해숙, 천호진, 독고영재 등 7명의 주요 출연진과 박은령 작가, 윤상호 PD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 남해군 힐튼남해 골프앤스파리조트 클럽하우스에서 열렸다. 오는 17일부터 매주 주말 저녁 7시 50분 채널 19번에서 방송되는 '고봉실'은 시골 바닷가 마을의 순박한 아줌마 고봉실(김해숙)이 느닷없는 남편(이일화)의 죽음에 이어 큰 부채를 떠안는 등 시련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다룬 가족 드라마다. 이날 현장에서는 15분 분량의 '고봉실' 일부가 공개됐다. 이를 본 취재진들은 "상상 이상의 명품 드라마"라며 기대감을 표했고, 일부 연기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봉실'은 잔잔하고 짙푸른 경남 남해의 바닷가 마을과 다양한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젊음의 거리 서울 이태원이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의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박은령(45) 작가는 "꽃 돌보기를 좋아하는 온실 속 화초 같은 고운 아줌마가 세상이라는 격랑 속에 던져졌음에도 본연의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그는 "봉실 아줌마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에서 성적 소수자,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아이들 등 힘없는 사람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 고봉실 역은 38년차 베테랑 연기자 김해숙(56)이 맡았다. 그는 "지금까지 '국민 엄마'라고 하면 낡아빠진 옷이나 입고 자식 일이라면 맨바닥에서 뒹구는 처절한 모습뿐이었다"며 "세상의 끝에서 시련을 견뎌내는 강인한 어머니뿐 아니라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드라마를 본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잃어버린 나를 찾겠다'며 나설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저도 40대 초반 인생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고봉실을 연기하다 보면 문뜩 제 이야기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많아요."

고봉실의 시아주버니 서준태 역의 독고영재(58)는 "'고봉실'에는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다"며 "매회 20~30번씩 웃음을 터트리고, 대여섯 번은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애정이 있어야 싸우기도 하는 거죠. 그걸 사랑으로 감싸 안으면 해피엔딩인 거예요. '고봉실'의 캐릭터들은 다투다가도 결국 서로 도우며 살려고 애를 쓰니까 보시는 분들도 저절로 행복해질 겁니다."

발표회에는 배우 이승민(32), 김영준(31)을 비롯해 아이돌 가수 김규종(24)과 루나(18) 등 젊은 연기자들도 참석했다. 이번이 첫 정통드라마 출연이라는 루나는 "제가 연기하는 고봉실 아줌마 딸 '서인영'은 밝고 의사표현이 명확한 캐릭터인데, 저는 내성적인 편이라 연기가 어려워 많이 울었다"며 "선배님과 감독님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고 했다.

'탐나는도다' '태왕사신기' 등에서 빼어난 영상미를 구현해 이름을 알린 윤상호(43) 감독은 "줄거리를 본 순간 너무나도 탐났던 작품"이라며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특수효과까지 동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