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예상치 5년새 뒤바뀌어… 연금정책 차질

정부는 그동안 우리나라 인구가 2018년에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2006년에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5년 만에 인구 정점 시기를 2030년으로 12년 늦추었다.

통계청은 7일 '장래 인구추계: 2010~2060년' 자료에서 "우리나라 총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 4396만명까지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통계는 5년마다 한 번씩 내놓는 것인데, 5년 만에 핵심 내용이 크게 바뀐 것이다. 5년 전엔 인구가 2018년에 4934만명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돼 5년 전 추정과 차이가 없게 나왔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인구 전망치가 급격하게 변한 이유로 인구 전망의 근거가 되는 여러 변수가 5년 새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꼽았다. 즉 ▲2006년 1.08명에 불과했던 출산율이 2010년 1.23명으로 올랐고 ▲평균수명이 5년 새 4년 이상 늘어났으며 ▲한국으로의 국제 인구 이동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통계청은 최근의 추세가 장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수십년 후의 인구를 추정하기 때문에 최근 추세에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장래 추정치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정책의 기본 골간이 되는 통계가 인구 추계인데, 최근 몇년간의 추세만 보고 기계적으로 수량 모델을 돌리다 보니 5년 새 인구 예상치가 크게 달라져 정책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한다.

◇인구 전망 크게 바뀐 이유는?

2006년까지만 해도 출산율이 하락하는 추세였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는 자녀수)이 2000년 1.47에서 2005년 1.0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6년 1.12, 2007년 1.25, 2008년 1.19, 2009년 1.15, 2010년 1.23으로 출산율이 개선됐다.

기대수명 역시 5년 전에 전망했던 데 비해 증가 속도가 빨랐다. 통계청은 이번 인구 추계를 할 때 2050년 기대수명이 5년 전에 추계할 때에 비해 남자는 2.2세, 여자는 0.4세 더 늘어날 것으로 가정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인구의 국제 이동이다. 2005년까지만 해도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90일 초과 체류자)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이 더 많아 국제 순이동은 순유출로 나타났고, 통계청은 이런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후 국제결혼과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2006년부터 순유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통계청은 인구의 국제 순이동을 2020년 3만6000명, 2030년 3만명으로 가정했다. 5년 전엔 2020년 -2만7000명, 2030년 -2만4000명으로 추정했었다.

◇국민연금 등 복지제도 수정해야

통계청의 인구 전망이 5년 새 확 바뀌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에너지, 국방 등 경제·사회정책의 수요 예측도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국민연금 재정의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2006년 인구 추계 전망에 기초했을 땐, 2050년 남녀수명이 각 82.9세, 88.9세라고 가정하면서 2058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2011년 인구추계에선 2050년 기대수명이 남성은 85.1세, 여성은 89.3세로 늘어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시기가 2년가량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진료비 증가가 예상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이밖에 전력 수요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 계획, 국가 장기 재정 전망, 주택정책 등 인구를 바탕으로 한 각종 전망치도 변경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