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역에서 자던 그, 소외된 140명 가위손으로
입력 : 2011.12.09 03:09
양평 쉼터 이발사 김창순씨
당뇨로 무너졌던 삶 - 15년간 양평서 이름난 이발사, 갑자기 찾아온 팔다리 마비로 부인과 이별 후 노숙자 신세
봉사하면서 건강 되찾아 - 세 번이나 자살하려 했지만 쉼터 돌아와 무료 이발 시작, 두 달만에 지팡이 놓고 완쾌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지난 5일 단층건물 서너 개 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경기도 양평의 '서울특별시립 양평쉼터'. 갈색 지붕 집에선 애잔한 가사의 '동백아가씨'가 열린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는 이발용 의자와 거울 달린 캐비닛이 보였다. 탁자에는 세면용 수건 위에 10개가 넘는 가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체격보다 두 치수 이상 커 보이는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김창순(62)씨가 바닥을 쓸고 있었다.
솜씨좋은 '가위손'인 김씨는 양평 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양평 쉼터는 사단법인 한국 사랑의 울타리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다. 이곳에는 노숙인 외에도 무의탁노인, 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14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무료로 이들의 이발을 해주면서 100개가 넘는 테이프를 틀어 음악으로도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김씨가 양평쉼터에 들어온 건 20 08년 7월이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김씨는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거의 불가능했다. 2007년 갑자기 찾아온 당뇨 때문에 왼손으로 숟가락을 쥐어야 했고 움직일 수 없는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강원도 횡성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읍내에서 가장 큰 이발관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열아홉 살 때 이발사 자격증을 딴 김씨는 양평에서 15년간 이발관을 운영했다. 이발사를 12명이나 거느릴 정도로 양평에서는 손꼽히는 이발관이었다. 스물다섯에는 친구 소개로 만난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1987년에는 부지런히 벌어 모은 8000만원을 들고 서울 신림동에 자리를 잡았다. 자식은 없었지만 부족할 것 없는 삶이었다.
지난 5일 단층건물 서너 개 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경기도 양평의 '서울특별시립 양평쉼터'. 갈색 지붕 집에선 애잔한 가사의 '동백아가씨'가 열린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는 이발용 의자와 거울 달린 캐비닛이 보였다. 탁자에는 세면용 수건 위에 10개가 넘는 가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체격보다 두 치수 이상 커 보이는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김창순(62)씨가 바닥을 쓸고 있었다.
솜씨좋은 '가위손'인 김씨는 양평 쉼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양평 쉼터는 사단법인 한국 사랑의 울타리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다. 이곳에는 노숙인 외에도 무의탁노인, 장애인 등 사회에서 소외된 140여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무료로 이들의 이발을 해주면서 100개가 넘는 테이프를 틀어 음악으로도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김씨가 양평쉼터에 들어온 건 20 08년 7월이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김씨는 지팡이 없이는 거동이 거의 불가능했다. 2007년 갑자기 찾아온 당뇨 때문에 왼손으로 숟가락을 쥐어야 했고 움직일 수 없는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강원도 횡성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씨는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읍내에서 가장 큰 이발관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열아홉 살 때 이발사 자격증을 딴 김씨는 양평에서 15년간 이발관을 운영했다. 이발사를 12명이나 거느릴 정도로 양평에서는 손꼽히는 이발관이었다. 스물다섯에는 친구 소개로 만난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1987년에는 부지런히 벌어 모은 8000만원을 들고 서울 신림동에 자리를 잡았다. 자식은 없었지만 부족할 것 없는 삶이었다.
김씨는 이발봉사를 시작하면서 웃음과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두 달여 만에 지팡이를 손에서 놓게 되고 움직이지 않던 오른손도 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쉼터에선 공동작업장 일부를 이발 공간으로 내줬다. 김씨는 주머니를 털어 이발용 의자와 거울 달린 캐비닛을 구입해 제법 이발소처럼 꾸몄다. 본인 이름 '창순'과 발음이 비슷한 찰스에서 이름을 가져와 '찰스네 이발관'이라며 문을 열었다. 김씨는 아침 일과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이발관을 지킨다. '찰스네 이발관'에는 이발하는 사람 말고도 100개가 넘는 테이프 음악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어려운 사람을 즐거운 마음으로 돕다 보니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고치게 된 것이다. 김씨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서 나가면 자그마한 이발관 하나 차리고 싶다"며 소박하게 웃었다.
어려운 사람을 즐거운 마음으로 돕다 보니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고치게 된 것이다. 김씨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해서 나가면 자그마한 이발관 하나 차리고 싶다"며 소박하게 웃었다.
2007년 10월 김씨는 한밤중에 침대에서 쿵 하고 떨어졌고 그 순간부터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의사는 당뇨 때문에 마비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집과 이발관을 팔아 마련한 돈 2억8000만원 중 1억8000만원을 부인에게 떼어 주며 말했다. "내 꼴이 이렇게 됐으니 당신은 좋은 데로 가서 잘 살아." 김씨는 한 달 300만원 넘게 들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석 달 만에 퇴원해 고시원을 거쳐 서울역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오후 11시가 되면 서울역 4번 출구 계단 아래에 종이상자를 깔고 다른 상자를 이불 삼아 덮었다. 새벽 4시쯤 사람들이 지나다니기 시작하면 주섬주섬 자리를 정리하고 어디론가 가야 했다. 처음엔 다른 노숙자들이 '어디서 굴러와 남의 자리를 빼앗느냐. 당장 다른 데로 가라'며 김씨를 걷어찼다.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에서 얼굴을 씻다 쫓겨나기도 했고, 참기 어려운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 누우면 눈물이 흘렀다. 김씨는 2개월간의 노숙생활을 접고 다른 노숙자에게 들은 양평쉼터에 들어왔다.
쉼터에서 처음 두 달간은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할 만큼 우울증에 시달렸다. 김씨는 힘겹게 양평대교에 올라 강물에 몸을 던지려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세 번째로 다리에 올랐을 땐 "죽을 용기가 있다면 살지 못할 이유도 없다"며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쉼터로 돌아와 사무실에 "이발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쉼터에서는 김씨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2008년 10월 조촐한 '천막 이발관'을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