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 예술혼과 작품들 오래오래 남길"

"딸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기증한 희귀 작품들입니다. 잘 보존해서 오래오래 남겼으면 좋겠어요."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이 8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기증·위탁자 초청 모임'을 열었다. 올해 영화필름·비디오·포스터 등을 기증하거나 맡긴 이들을 위한 행사. 김종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상임고문, 안태근 EBS PD, 한진섭 원로 영화제작자, 김충남 고 김학성 감독 아들, 이대양 고 이형표 감독 아들, 강문수 작은별 대표, 권순재 전 중앙영화사 대표, 김기풍 영화감독, 차신철 고 차태진 영화제작자 아들, 백영호 원로 스틸기사, 김은영 추계예술대 영상비즈니스전공 부교수 등 50명가량 참석했다. 이들은 영화박물관과 영상도서관을 둘러보며 기증 자료가 어떻게 관리되고 관객을 만나는지 둘러본 뒤 영화 '완득이'도 감상했다.

이병훈 원장은 "여러분 덕에 1930년대 출판물부터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해외자료까지 많은 것을 수집할 수 있었다"며 "내년에는 보존관을 하나 더 지어 더 안전하고 완벽하게 보관하겠다"고 했다. 김종원 영화평론가협 상임고문은 "비록 보잘것없어도 내놓긴 아까웠는데 그런 마음을 버리니 하나하나 기증하게 되더라"고 했다.

올해는 김종원 고문, 안태근 PD, 영화사 '전원사' 홍상수 감독, 손광익 롯데시네마 대표 등이 특히 의미 있는 자료를 기증했다. 일제강점기 연극·영화 정기간행물과 일본 영화 관련 고서, 1970년대 한국·홍콩 합작영화 사진, 영화제작 현장 소품, 그리고 영화필름 16편 등이다. 이미 8차례나 각종 자료를 기증해온 안 PD는 이번에 어린 시절 구했던 1930~40년대 일본 책 100권을 가져왔는데 팔면 수천만원은 받을 수 있는 희귀본이라고 한다.

돌아가신 부모를 대신해 자식이 참석한 경우도 많다. 고 이형표 감독의 아들 대양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기증하고 남은 시나리오 원고 등을 추가로 기증했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은 많은 분의 예술혼과 작품들이 온전히 남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1976년 중앙영화사 설립 후 지난해까지 운영하며 보관해온 무려 트럭 한 대 분량의 필름을 기증한 권순재 전 대표는 "각종 영화상에서 받은 상패도 곧 분류해 기증할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