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이만수, 감독 얼굴 돼 있네"

"안녕하십니까?"

한국 야구 전·현직 지도자들로 이뤄진 사단법인 일구회의 2011년 시상식이 열린 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로비. 허구연·김인식씨 등 일구회 임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이만수 SK 감독이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과 얼굴을 마주친 순간 묘한 기류가 흘렀다.

김 감독이 올해 8월 SK 사령탑에서 전격 해임된 다음 이 감독과 처음 얼굴을 마주한 자리였다. 앞서 다른 현역 감독의 인사를 받을 때 밝게 웃으며 짧게 덕담을 건넸던 김 감독은 이 감독과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악수만 했다. 그는 이 감독이 김성근 감독 옆에 서 있던 일구회 이재환 회장과 인사를 나누려고 발걸음을 옮기자 곧바로 손에 쥔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감독은 함께 SK 유니폼을 입고 우승 세 차례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구단 고위층과 재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다 전격 해고됐고, 당시 2군 수석 코치였던 이 감독이 감독 대행이 됐다.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드러난 것은 지난 11월이었다. 김 감독은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이만수가 내가 그만두고 나서 전화를 해야 할 시기를 여러 번 놓쳤다"며 '예의도 모르는 놈'이라고 심경을 드러냈다. 이만수 감독은 이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 감독님이 건강을 유지하셔서 감독과 감독으로 그라운드에서 보고 싶다"는 말만 했다.

오랜만의 만남에 대해 두 감독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 감독은 "원수도 아니고 악수를 하는 게 뭐 어렵다고 그러느냐"며 "휴대폰을 들여다본 것은 인터뷰 약속들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만수 감독이 팀을 맡으니 감독 얼굴이 돼 있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만수 감독은 "김 감독님과 불편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나를 보고 웃으시기도 했고, 행사 후 다시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제 이 문제가 그만 다뤄졌으면 좋겠다"며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10일 방송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SK 구단 측이 이만수 감독을 처음 수석 코치로 영입할 때부터 감독으로 앉힐 계획이었고, 나는 감독이면서도 전례 없이 열린 그의 수석 코치 취임식에 참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단 프런트는 야구인이 아닌 샐러리맨들로서 야구가 아닌 출세가 목적인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