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위안부 할머니의 마지막

최고령 박서운 할머니, 끝내 고향땅 못 밟고 별세… 中 훈춘서 94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94세로 최고령이었던 박서운 할머니가 최근 별세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관계자는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에 살던 박 할머니가 지난 4일 중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여성가족부로부터 전해들었다"며 "노환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대협에 따르면 1917년 부산 근처의 한 마을에서 10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는 1937년쯤 훈춘시 위안소에서 '사사키'라는 일본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다. 3~4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병에 걸려 위안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때부터 중국 곳곳을 전전하며 지냈다. 박씨는 전쟁이 끝나고 광복이 된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자신의 이름 외에는 한국어도 모두 잊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1994년 중국에서 정대협 관계자들을 만나 "요즘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고향과 어머니가 생각난다"면서 "쉰 살만 됐어도 고향에 가보겠지만 이젠 너무 늙어서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234명 가운데 생존자는 64명으로 줄었다. 올해에만 15명이 세상을 떠났다.

황금자 할머니, 빈병·폐품 주워 모은 전재산 기부… 5년 동안 이미 1억원 기부

‘유언자 황금자 명의의 예금 계좌에서 장례 비용을 사용한다. 남은 모든 예금은 재단법인 강서구 장학회에 증여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87)씨가 아파트 임차 보증금과 은행 예금 등을 합한 전 재산 3000여만원을 ‘서울 강서구 장학회’에 기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만들었다. 황씨는 2006년, 2008년, 2010년에도 4000만원, 3000만원, 3000만원씩 총 1억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지난 7월에는 정부가 주는 국민훈장 동백장도 받았다.

황씨는 정부에서 지원한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빈병과 폐지를 주워 팔아왔다. 이렇게 모은 돈과 정부가 주는 월 280만원가량의 생활 안정 지원금을 모아 학생들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그는 13세 때 이유도 모른 채 흥남의 유리 공장으로 끌려가 중노동했다. 3년 뒤 다시 강제로 간도로 옮겨간 뒤로는 치욕스러운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황씨는 지난여름 이후 음식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현재 물조차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라며 “돌아가신다면 구청 조례에 따라 구민장(區民葬)으로 장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