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들에게 편지 1600통 보낸 행복전도사

"행복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찾지 못할 뿐이죠. 어떻게 행복을 찾을지 얘기해 볼까요?"

12일 안양교도소 강당에서 '행복 강연'이 펼쳐졌다. 파란 수의(囚衣)를 입은 450명 앞에 선 이는 행복편지 발행인 박시호(57)씨다. 전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이사장이다. 2003년 11월부터 평일 아침마다 500명에게 이메일로 행복편지를 보내온 '행복 전도사'다.

강당은 한낮인데도 컴컴하고, 경비교도대원 30여명이 있어 분위기가 딱딱했다. 그런 삭막함을 행복편지가 녹이기 시작했다. 박씨는 지금껏 발송한 1600통 편지 가운데 8통을 골라 화면으로 보여줬다.

"70년을 사는 독수리는 마흔 살이 되면 스스로 굽은 부리와 발톱을 뽑아내고 새 부리와 발톱으로 30년을 더 살아요. 독수리가 새 삶을 위해 고통을 참고 변신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여기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이어 교도소 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행복편지 중 하나인 '엄마의 편지'를 읽었다. "사춘기 시절 가정부 일을 하는 엄마가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러다가 한 쪽 눈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기증한 눈으로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그 후에도 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마지막 편지를 남긴 채 집을 떠났습니다. 불치병에 걸렸던 엄마는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제 눈은 평생 저만 바라보고 사신 엄마가 남긴 것이었습니다."

1시간 넘는 강연을 마친 박씨는 "진지한 눈빛들을 보고 놀랐다"며 "여기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