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교장선생님, 김성근

김성근(69) 고양 원더스 초대 감독이 야구 사관학교 교장선생님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김 감독은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고양 원더스 창단식에서 "프로팀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고양 원더스에서는 선수들 개개인에게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할 것 같다"면서 "원래는 1월부터 감독직을 수행하려고 했었는데 내일부터라도 당장 전지훈련지인 전주로 내려가 선수들의 모습을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야구에 최초로 도입되는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는 기존의 프로 구단에서 방출되거나 입단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다시 '꿈의 무대'를 밟을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야구팀인 동시에 야구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구단주인 허민 나무인터넷 위메이크프라이스 이사회의장도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감독님께 직접 드린 만큼 구단 운영을 감독님께 일임할 생각"이라며 "감독님이 스승으로서 선수들을 잘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집 '김성근이다'에 담았던 '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라는 구절을 고양 원더스를 통해 실천할 계획이다. 그는 "선수가 99% 부족하다고 해도 감독은 나머지 1%에 희망을 걸고 선수를 길러내야 한다"며 "지금까지 프로 구단을 지도하면서 승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시합을 통해 선수를 발전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무엇이든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서라도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기 있는 선수들도 다시 프로야구 1군 무대를 밟으려면 다른 프로선수보다 3∼4배 열심히 해야 합니다. 선수들의 기량이야 코치진이 채워주면 되는 부분이고 열정이 있는 선수에게 더 마음을 쏟을 겁니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이날 사재를 털어 마련한 3600개의 야구공을 고양 원더스에 전달했다. 김 감독은 "저렇게 많은 공을 사주신 것을 열심히 훈련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공이 다 떨어지면 더 사주실 테니 정말 열심히 훈련해 반드시 프로야구 무대의 주축이 되는 선수를 키워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감독은 "고양 원더스의 성공을 통해 독립 야구팀이 늘어나 독립리그까지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독립 야구팀을 통해 한국 야구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