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 1조달러] "60년대 수출주도형 정책, 무역 1조달러 시대의 밑거름"
입력 : 2011.12.13 03:16
신국환 전 산업자원부 장관
제조업 더 키우려면…
의료법인화 등 서비스 산업 정부가 과감하게 추진해야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두 차례(2000.8~ 2001.3, 2002.1~2003.2)에 걸쳐 지식경제부(당시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신국환 전 장관은 "정부가 의료서비스 선진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법인화는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이끈 우리나라 제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도 서비스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산업을 강화하고, 두뇌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제조업을 더 파급시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있는 신 전 장관을 지난 8일 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수출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바꾼 계기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혁명을 하면서 내건 명분이 '경제발전을 해서 국민이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공업화를 해야 하는데, 공업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혁명 주체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외화가 없는 우리 실정을 감안, 수입 대체산업을 개발하자는 '수입대체형 공업화' 의견이 대세였고, 수출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도록 '수출 주도 공업화'를 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당시 상공부는 고민 끝에 수출주도형 공업화가 우리가 살 길이라는 의견을 냈고, 당시 박정희 의장이 이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 계기가 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1962년부터 수출 중심으로 추진됐다."
―무역 1조달러 달성에 가장 기여한 대통령으로 박 전 대통령이 꼽혔는데.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수년간 매월 열린 수출진흥확대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직접 주관한 분이 박 대통령이다. 81년 목표였던 '수출 100억달러'를 4년 앞당겨 1977년 12월 2일에 달성했다. 그래서 장충체육관에서 잔치를 마련했는데, 당연히 참석하실 줄 알았던 박 대통령이 참석 못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감기몸살이 심하시다는 거야. 그런데 결국 참석했어요. 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주치의가 참석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내가 빠질 수 없었다. (100억달러 수출은) 자립 의지의 승리다"라고 하셨지."
―수출진흥확대회 풍경은?
"지금은 허물어진 중앙청 중앙홀에서 열렸어요. 참석자가 140명쯤 됐으니까, 상공부는 물론, 재무부 고위직들도 전원 참석했어요. 정당 대표까지 참석했으니 말 다 했지. 새로운 수출상품은 회의장 한쪽에 전시도 하고, 또 오찬하면서 박 대통령이 회의 때 못한 말씀을 하시고, 우리 얘기도 듣곤 했지. 당시에는 수출진흥 방안을 놓고 상공부와 재무부 간에 이견이 적지 않았는데 대개 대통령이 상공부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 상공부 의견에 반대하는 재무부 국장들은 회의석상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어느 나라 국민이냐'는 소리까지 들으며 많이 혼이 났지."
―전자기기공업국장 시절,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을 만나 현대전자(하이닉스의 전신)를 만들도록 설득했다고 들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컬러TV도 제대로 못 만들던 시절이었어요. 그만큼 전자분야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었지. 그래서 정주영 회장을 만나 "현대그룹이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엄포를 놨지. 정 회장이 펄쩍 뛰더라고. "현대가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데, 망한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래서 '기술기반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득했지. 결국 우여곡절 끝에 현대전자가 출범하게 된 거야. 지금 하이닉스 이천공장 부지도 원래는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인데, 전두환 대통령이 결단을 내준 덕분에 가능했지. 처음에는 현대그룹이 삼성전자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하길래 '절대 국내 인력을 스카우트해서는 안 된다'고 내가 막았지. 삼성에 있던 김광호 당시 이사를 데려와 사장을 시키고 윤종용씨를 부사장 시키겠다는 거야. 결국 삼성 스카우트는 무산되고, 고(故) 정몽헌 회장이 젊은 나이에 현대전자 경영을 책임지게 됐어."
―우리나라가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을 오랫동안 펼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조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산업을 강화해야 한다. EU와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됐다는 것은 이제 의료·법률·교육 등의 서비스시장도 개방됐다는 뜻이다. 해외 선진 서비스시장이 들이닥칠 것이 뻔한데, 의료법인화만 해도 정부는 일부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결국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가 수출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바꾼 계기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혁명을 하면서 내건 명분이 '경제발전을 해서 국민이 안정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공업화를 해야 하는데, 공업화의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혁명 주체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외화가 없는 우리 실정을 감안, 수입 대체산업을 개발하자는 '수입대체형 공업화' 의견이 대세였고, 수출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도록 '수출 주도 공업화'를 하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당시 상공부는 고민 끝에 수출주도형 공업화가 우리가 살 길이라는 의견을 냈고, 당시 박정희 의장이 이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 계기가 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1962년부터 수출 중심으로 추진됐다."
―무역 1조달러 달성에 가장 기여한 대통령으로 박 전 대통령이 꼽혔는데.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수년간 매월 열린 수출진흥확대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직접 주관한 분이 박 대통령이다. 81년 목표였던 '수출 100억달러'를 4년 앞당겨 1977년 12월 2일에 달성했다. 그래서 장충체육관에서 잔치를 마련했는데, 당연히 참석하실 줄 알았던 박 대통령이 참석 못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감기몸살이 심하시다는 거야. 그런데 결국 참석했어요. 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주치의가 참석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내가 빠질 수 없었다. (100억달러 수출은) 자립 의지의 승리다"라고 하셨지."
―수출진흥확대회 풍경은?
"지금은 허물어진 중앙청 중앙홀에서 열렸어요. 참석자가 140명쯤 됐으니까, 상공부는 물론, 재무부 고위직들도 전원 참석했어요. 정당 대표까지 참석했으니 말 다 했지. 새로운 수출상품은 회의장 한쪽에 전시도 하고, 또 오찬하면서 박 대통령이 회의 때 못한 말씀을 하시고, 우리 얘기도 듣곤 했지. 당시에는 수출진흥 방안을 놓고 상공부와 재무부 간에 이견이 적지 않았는데 대개 대통령이 상공부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 상공부 의견에 반대하는 재무부 국장들은 회의석상에서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어느 나라 국민이냐'는 소리까지 들으며 많이 혼이 났지."
―전자기기공업국장 시절,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을 만나 현대전자(하이닉스의 전신)를 만들도록 설득했다고 들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컬러TV도 제대로 못 만들던 시절이었어요. 그만큼 전자분야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었지. 그래서 정주영 회장을 만나 "현대그룹이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엄포를 놨지. 정 회장이 펄쩍 뛰더라고. "현대가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데, 망한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래서 '기술기반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득했지. 결국 우여곡절 끝에 현대전자가 출범하게 된 거야. 지금 하이닉스 이천공장 부지도 원래는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인데, 전두환 대통령이 결단을 내준 덕분에 가능했지. 처음에는 현대그룹이 삼성전자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하길래 '절대 국내 인력을 스카우트해서는 안 된다'고 내가 막았지. 삼성에 있던 김광호 당시 이사를 데려와 사장을 시키고 윤종용씨를 부사장 시키겠다는 거야. 결국 삼성 스카우트는 무산되고, 고(故) 정몽헌 회장이 젊은 나이에 현대전자 경영을 책임지게 됐어."
―우리나라가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이제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주도형 공업화 정책을 오랫동안 펼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뒤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조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산업을 강화해야 한다. EU와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됐다는 것은 이제 의료·법률·교육 등의 서비스시장도 개방됐다는 뜻이다. 해외 선진 서비스시장이 들이닥칠 것이 뻔한데, 의료법인화만 해도 정부는 일부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결국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