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한무대 오른 鄭트리오… 어머니께 바치는 추모 콘서트

"어머니의 소중한 인연이 배어있는 곳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연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뿐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3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정 트리오의 연주회 '우리들의 어머니를 위하여'. 지난 5월 세상을 뜬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추모하는 콘서트이자 삼남매가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이다. 7년 만에 뭉친 정명화(67·첼로), 정경화(63·바이올린), 정명훈(58·피아노)은 검은 예복을 입고 준비한 곡들을 풀어나갔다.

첫 곡인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기 전, 무대로 나갈 준비를 하던 경화는 동생 명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곡은 정경화가 1980년 별세한 아버지 정준채씨에게 마지막으로 들려드렸고, 부친 사후 10년 동안 손댈 수 없던 곡이다. 정경화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을 연주하기 전에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너무나 깊이 느끼고 있다"며 "이제 연주할 모차르트 소나타는 작곡가가 어머니를 여읜 직후 작곡한 곡인 만큼 여러분의 어머니를 위해 드린다"고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명근 대표는 "오늘 연주회도 경화가 주도해 만든 거다. 생긴 것부터 성격도 어머니랑 제일 닮아 더 애틋해한다"고 덧붙였다. 정명훈은 "우리가 제일 잘하는 음악으로 어머니를 기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만년의 브람스는 젊은 날의 자신을 돌아보며 '피아노 트리오 제1번'을 작곡했다. 정명훈이 15세에 누나들과 처음 연주한 곡이자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곡이다. 삼남매는 이 곡을 마지막으로 서로 얼싸안았다. 3000여 청중이 일어나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연주회에는 2007년 세상을 뜬 맏딸 고 정명소씨의 손자(다니엘 김)가 혼자 리스트의 '탄식'을 피아노로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연주회장을 이화여대로 정한 까닭은 이원숙 여사와 남매들의 인연 때문. 이 여사는 이화여대 가사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제1회 '자랑스러운 이화인' 상을 수상했다. 정트리오는 한국에 전문 공연장이 없던 시절, 이곳에서 자주 연주회를 열었다. 이 여사는 대강당 출입문 경첩이 삐그덕대자 재봉틀 기름을 바르고, 신촌역 열차 기관사를 찾아가 연주 시간엔 기적을 울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