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뛰는데 수입은… 올 생활비 대출 250兆

올해 '생계형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2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출 금리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라 가계의 빚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생계형 가계대출이란 가계가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13일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가계대출에서 주택대출을 뺀 기타대출 잔액은 245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1%(20조원) 늘었다. 4분기(10~12월)에 기타대출이 작년 수준(8조원)으로 늘어난다면 올해 말 잔액은 250조원을 넘어선다.

기타대출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신용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이 포함된다. 한은은 "이 가운데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30% 정도를 차지한다"며 "기타대출은 생활비에 쓰려는 목적이 상당수여서 생계형 대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9월 말 생계형 대출 잔액은 146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5.1% 늘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말(7.1%)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2금융권의 경우 98조8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5.7% 증가하며 1년 9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생계형 대출이 급증한 것은 소득은 별로 안 느는데, 물가는 치솟고 빚 부담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궁해진 가계가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10월(3.9%) 빼고 올 들어 계속 한은의 관리 목표치 상단(4.0%)을 웃돌았다. 2분기 우리나라 전세값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14.7%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892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900조원에 육박했다.

반면, 국민총소득(GNI)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작년 4분기 3.0%에서 지난 3분기에 0.8%로 급감했다.

생계형 대출은 주택대출과 달리 투자가 아닌 소비 목적이 많고, 금리도 더 높다. 주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하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9월에 연 8.3%를 기록했다. 2008년 12월(8.4%)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연 8.0%를 넘었다.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가계의 연체율은 2009년 말 0.4%에서 올 7월말 현재 0.7%로 높아졌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가계의 빚 부담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저소득 가계를 중심으로 생계형 대출이 크게 늘고 있어 정책적으로 일자리 창출 등 가계 소득여건을 개선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