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업·연구 중용… 삼성 사상최대(501명) 임원 승진

삼성그룹이 13일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선 490명(부사장 30명·전무 142명·상무 318명)이었던 작년보다 11명 많은 501명(부사장 48명·전무 127명·상무 326명)이 승진했다.

삼성그룹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휴대전화·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사업의 성장을 이끌어 낸 성과를 반영하고 차세대 유망 사업 분야에 대한 인적 투자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상 최대 승진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격려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인사에서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건희 회장 가족 가운데 올해 승진자는 임 부사장이 유일하다.

◇여성 인력 대거 발탁

이번 인사의 특징은 여성 인력을 과감히 승진 발령낸 것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 심수옥 전무는 첫 여성 부사장이 됐다.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을 제외하면 삼성그룹 내에서는 제일기획 최인아 부사장에 이어 둘째 여성 부사장이다. P&G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심 부사장은 2006년 브랜드 전략 담당 상무로 삼성전자에 스카우트됐다. 새로운 마케팅 시스템을 도입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삼성전자가 TV 분야에서 수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심 부사장의 승진에는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재 중용론'이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여성 임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여성도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 부사장은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 임원 중 유일하게 승진했다.

지난 7일 사장단 인사에서는 여성 최고경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핵심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첫 여성 부사장이 나왔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또 이번 인사에서 신규 여성 임원이 역대 최대인 8명 배출되면서 삼성그룹 내에서 여성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김기선 상무, 제일모직 김정미 상무, 제일기획 오혜원 상무는 대졸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상무가 돼 공채 출신 여성 임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연구직 발탁, 40대 임원 시대

영업 마케팅과 연구개발(R&D) 인력의 대거 승진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신규 임원 가운데 영업 마케팅 인력은 총 92명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영업 마케팅 임원 승진자는 79명이었다. 신시장 개척을 통해 매출을 늘린 데 대한 보상인 동시에 내년에도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부사장 5명·전무 8명·상무 30명 등 모두 43명이 영업 마케팅 출신이고, 해외 현지 법인 인력도 이번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 신규 임원인 이스트반 헝가리 법인 영업총괄 상무는 4개에 불과했던 1등 제품을 13개로 늘렸고, 매출도 2배 가까이 늘렸다.

연구개발 인력은 지난해 100명에 이어 올해도 89명이 승진했다. 삼성은 "압도적 기술 우위를 통한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올해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승진 임원 501명 중 정규 승진 연한보다 이른 발탁 승진은 77명이었다. 1986년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한 삼성전자 김주년 부장은 2년 만에 상무로 발탁 승진했다. 현재 무선사업부 선행제품개발 그룹장인 그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상을 2008년, 2011년 2차례 받아 특진했다.

이러한 발탁 인사로 사장단을 제외한 삼성 임원(상무·전무·부사장)의 평균 연령은 2010년 50.2세에서 올해 49.4세로 낮아졌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40대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젊은 삼성'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에 이어 14일에는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 대한 조직 개편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