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긴장 높아지는데 韓·日관계도 파열음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인 선장이 해경 특공대원을 살해한 사태로 한중(韓中)관계가 긴장된 상황에서 한일(韓日)관계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17~18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14일, 우리 시민단체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위안부 평화비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대치된 입장을 보였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이 문제로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가 외교부를 항의방문한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다. 이날은 일제시대 위안부 동원에 대해 공식 사죄를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은 날이기에 우리 정부가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데도 일본 정부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방한 중인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1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위안부 평화비는 민간단체에서 세운 것으로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1000번이나 집회를 하는 동안 과연 일본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방일(訪日)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17~18일 일본 교토를 방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로 이날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 일정이 사흘 전에 확정되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경호·의전·의제 설정 등 사전 준비를 위해 정상외교 일정은 최소 몇 주 전 결정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방일(訪日)을 놓고 최근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청와대와 정부 내에선 일본 정부가 '위안부 청구권'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온도 차도 방일 결정 지연에 한몫했다. 일본은 한일 FTA에 적극적인 반면, 우리는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등으로 인해 시간을 두고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파행으로 내년 예산안이 아직 처리가 안 된 상황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대통령의 방일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방일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가 비록 크지 않더라도 한일 간의 협력관계를 다지는 차원에서 셔틀외교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