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국군장병의 희생을 이제야 느끼다니"

잘나가는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도 똑같은 대한민국 남자였다. 조국의 강토를 지키는 병역의무 이행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강타자 추신수(29) 선수가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달 18일 부산 53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소, 4주째 훈련을 받고 있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따면 보충역이 돼 4주간 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간 해당 분야에서 선수 등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병역법 관련 규정에 따라 16일 훈련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200자 원고지 8.7장(1734자) 분량인 이 기고문 제목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였다. 그는 '저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똑같은 대한민국 남자였나 봅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에게도 군 입대가 설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꽉 찬 나이에 군대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신병교육대대 문을 들어서는 순간 저는 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적고 있다.

걱정도 되고 겁도 나는 '대한민국 남자'의 그 심리다. 그는 '조국을 대표한 국가대표에 뽑혀 작년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때만 해도 10년 동안 마음에 있던 병역에 대한 스트레스가 깨끗하게 지워지는 순간이었다'는 솔직한 고백도 했다.

그런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신수지만 군대에서는 추신수 선수가 아닌 추신수 훈련병이기 때문이라며 명성도 내려놓고, 자신에게 목숨과도 같은 자존심도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래서 많이 힘들기도 했다'는 그는 '신병교육대대 생활은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군기는 물론이고 질서, 정리 정돈을 비롯한 모든 것 하나하나 철저한 관리를 하는 것은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고 했다.

고향이나 생활 환경, 자라온 배경 등이 전혀 다른 전우들과 유격, 화생방, 각개전투, 주·야간 행군 등 훈련을 하며 하나가 된 데 대한 뿌듯한 감정도 표현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11년 동안 외국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생소하게 느껴졌던 하나 된 모습이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6·25전쟁 이후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전한 이유, IMF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처럼 위기의 순간에 똘똘 뭉칠 수 있는 이유를 몸으로 알게 됐다'고도 했다.

장병들의 헌신도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식인 교관, 조교, 중대장님들이 행복한 시간을 뒤로한 채 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훈련병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뛰고 통솔해 나가는 헌신과 희생은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4주간의 훈련은 그에게 '자신을 또 한번 되돌아보게 한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 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들의 희생을 감사히 여기고 전 세계에 멋진 나라 대한민국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희생을 이제야 느꼈다는 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힘내십시오! 대한민국 파이팅!'

추신수 선수는 현재 한국인 유일의 메이저리거다. 부산고에서 에이스 겸 중심타자로 활약한 그는 2000년 계약금 137만달러를 받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었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에 밀려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던 그는 2006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이적했다. 2009, 2010년 2년 연속 3할 타율 및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던 그는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