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대한민국의 손기정이 세계新 세워"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고(故) 손기정 옹은 대한민국 체육사에서 영욕(榮辱)의 상징이다.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영광을 차지했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당시 특수 상황으로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가슴에 달아야 했다. 그동안 손기정 옹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설명하는 데 인색했던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최근 홈페이지(www.olympic.org) 프로필을 통해 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눈에 띄게 강조했다.

손기정 옹의 프로필에는 월계관을 쓴 그의 사진과 함께 일본식 이름인 'KITEI SON(기테이 손)'이 표기되어 있고, 그가 대표한 나라 이름도 일본(Japan)으로 소개돼 종전 그대로다. 하지만 상세 소개란(more about the athlete)이 신설됐다. 종전 홈페이지엔 '일본의 기테이 손은 일본에 점령당한 한국의 손기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48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성화주자로 나섰다'는 짤막한 사진 설명만 붙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필은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손기정(Sohn Kee-chung)이 1935년 11월 3일 2시간26분42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로 시작해 그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당시 한국이 일본에 점령된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 이름으로 바꿔 올림픽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IOC는 이 프로필을 통해 "손기정이 열렬한 민족주의자로 베를린올림픽 때 항상 한국 이름으로 서명했고, 어느 나라 출신이냐는 질문에 항상 한국은 독립국가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 프로필에는 손기정 옹이 일본 국기 게양 때 고개를 숙여 침묵의 시위를 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손기정 옹이 성화를 들고 올림픽 스타디움에 들어오면서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도 함께 소개했다.

대한체육회(KOC)는 1980년대부터 IOC에 대해 손기정 옹의 국적과 이름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IOC는 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 집행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한국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했던 대한체육회는 지난 11월 29일 다시 공문을 보냈다.

IOC는 12월 9일 크리스토프 드 케퍼 사무총장의 명의로 된 답신에서 "손기정 옹의 프로필에 그의 업적과 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홈페이지 검색 창에서 손기정 옹의 영문 이름을 입력하면 그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IOC는 "올림픽 출전 당시 등록된 이름과 국적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훼손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