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대포 한잔, 내 연기의 힘

손현주(46)는 생활밀착형 탤런트다. 구질구질한 바람둥이 남편으로('장밋빛 인생'), 때로는 부모 형제는 애틋해도 아내 소중한 줄은 모르는 괘씸한 남자('이웃집 웬수')로 분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최근 경기도 일산 SBS 드라마센터에서 주말극 '폼나게 살거야'를 촬영 중인 손현주를 만났다. 그의 역할은 가족도 꿈도 제쳐놓고 암 환자 어머니 '모성애'(이효춘)를 돌보는 장남 '나대라'이다. 그는 어머니의 존엄사 문제 등 극한적 상황까지 몰리는 '나대라'의 삶의 무게를 생생하게 그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에게 이 사실적인 연기의 원천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넙대구리'하게 생긴 얼굴 덕"이란다. "장동건이나 배용준같이 잘 생긴 게 아니라 옆집 아저씨 같은 흔한 얼굴이라 공감하기 쉬운 거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어요."(웃음)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숨지 않고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연기에 묻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등산이나 자전거 모임도 방송가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과 함께한다"는 그는 "같이 어울려 다니다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얘기를 듣게 된다"고 했다. "술을 한잔하더라도 포장마차에서 대포 마시는 걸 즐기다 보니 동네 분들과 자주 마주쳐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주고받다 안주도 얻어먹고, 어르신들 인생사도 듣고…. 연극 하던 90년대부터 계속 그렇게 살았던 게 하나둘씩 쌓여 연기로 표현되는 게 아닐까요."

손현주에게 연기만큼 소중한 일은 사회봉사활동이다. 의료 현장의 희망을 담은 사진을 찍어 기증하기도 하고, 한 신부님과 함께 장애 어린이 합창단 '에반젤리'를 만들어 2004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운영을 맡아 왔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이 사실이 알려졌지만 "내가 아닌 아이들이 주목받아야 하는데 관심이 나한테 쏠리더라"며 원했던 바는 아니라고 했다. 손현주는 "내가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친구들이 나를 감동으로 채워준다"고 말하더니 울컥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상관없어요. 목소리만 낼 수 있으면 돼요. 자폐증세로 말도 안 하고 방안에서만 지내던 한 아이는 노래를 하면서 치유되는 기적 같은 일도 있었어요."

손현주는 2009년부터 자살예방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능시험 후 150여명의 학생이 자살 시도를 했다고 들었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목숨은 버리라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루만져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살아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남을 돕는 일이 익숙한 그에게 본래 천성이 고운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아버지께서 소아과 의사세요. 올해 일흔아홉이신데 지금도 인천 남동구청에서 의료 봉사를 하세요. 어머니께서도 오랫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하셨고. 뭐 천성도 무시는 못하겠지만요." 그가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연예인이란 직업이 올라갈 때도 있지만, 내려갈 때도 있거든요. 힘이 들 때 주변을 돌아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그들이 우리의 외롭고 텅 빈 마음을 행복으로 채워줄 겁니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