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증시 지키는 연기軍(연기금 투자자금)… 투자 참고서 될까

◇연기금 매수 행진 계속될 것

연기금이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증시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한 해 주식 시장에 투자할 목표 비중을 설정하는데, 증시가 떨어지며 평가 금액이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자금을 추가로 집행할 여력이 생긴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60조~7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주식운용 관계자는 "올해 목표 주식 투자 비중인 18%를 연말까지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10월 말 기준으로 주식시장에 6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10월 말 1900선이었던 증시가 연말 1800선까지 하락하며 투자 여력이 더 생겼고, 11~12월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자산이 늘어나며 주식 운용 가능 금액도 늘어났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더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운용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사학연금도 주식시장에 자금을 더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학연금의 주식 목표 투자 비중은 21%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1000억원 규모인데, 사학연금에 따르면 최근 주식 투자 평가 금액은 1조8200억원 정도다. 연말 목표 투자 비중을 맞추려면 2800억원 정도 투자 여력이 더 남은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연기금 매수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투자증권의 김경민 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악화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연기금 매수세가 유입되더라도 증시를 상승세로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시달리는 주식시장에 믿을 만한 수비부대는 '연기군(軍)'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연기군'이란 연기금 이야기다.

연기금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26일(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사상 최장 기간 순매수 행진을 기록했다. 지난 26일간 연기금은 1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조원 가까이 매도우위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핵심 투자자인 연기금이 돈이 궁해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연기금의 매매 추이를 고려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거의 유일한 매수세력인 만큼 연기금이 사는 종목이 주가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증시 구원투수 연기금

증시 구원투수로 나선 연기금은 어떤 종목을 샀을까.

지난달 10일 이후 연기금은 삼성전자에 1조4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연기금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이번 달 108만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연기금은 삼성전자 외에도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큰 전기전자(IT)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연기금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에는 LG전자와 삼성전기·하이닉스가 포함됐다. 12월 증시가 소폭 하락하는 사이 연기금이 매수한 이들 종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기금의 쇼핑 바구니에는 최근 중국이 긴축 완화 움직임을 보이며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는 철강주와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전기가스주도 담겼다. 포스코와 현대제철·한국전력·한전기술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은 OCI와 한국타이어·두산중공업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