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보이스피싱 피해액 1000억 넘어… 작년 2배

"축하드립니다! 대입 수시 추가 모집에 합격하셨으니 다음 계좌번호로 등록금을 입금하세요."

지난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김모(19)군은 최근 'K대학 입학처'로부터 합격 통지 전화를 받았다. 잠시 기뻐하다 미심쩍게 생각한 김군이 K대에 문의했더니, "수시 합격자 발표도 안 했는데 무슨 소리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군은 "입시생의 불안심리를 이용하는 지능적인 수법에 치가 떨렸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 수법이 나날이 진화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말까지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879억원(7234건)을 기록,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래 최대치(종전기록 2008년 877억원)를 넘어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작년의 2배에 달해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06년 106억, 2007년 434억으로 급속히 늘다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고 금융당국이 대포통장(금융사기에 활용하는 제3자 명의 통장)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2009년 621억, 2010년 554억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보이스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짓말로 속여 송금을 유도하는 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자, 인터넷뱅킹을 활용해 피해자 이름으로 직접 대출해가는 수법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대출로, 올해 보이스피싱 카드대출 피해액만 200억원대에 이른다. 사기꾼들은 신용카드 소지자의 개인정보를 입수해 카드대출을 받은 뒤, 이를 다시 사기꾼들의 대포통장에 입금하게 해 돈을 빼돌린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법이 워낙 정교해 대학교수나 대기업 임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대학입시철엔 대학 교직원을 사칭해 등록금을 보내라는 수법이 횡행하고, 최근엔 영업정지 위기에 놓인 대부업체를 이용한 범죄도 등장했다. 사기꾼들은 "대부업체들이 영업 정지되면 대출금 상환날짜가 바뀌니 영업정지 전에 미리 돈을 입금하라"고 속여 돈을 가로채고 있다. 경찰은 "중국이나 대만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시나리오 작가'까지 기용, 국내 뉴스를 이용한 사기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하자 '보이스피싱 환급 특별법'을 만들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피해자가 신속하게 신고해 사기꾼들이 통장에서 미처 돈을 빼가지 못한 경우 그 돈을 피해자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14일 현재 이런 절차를 통해 환급할 돈이 9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기꾼들의 전화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일당이 전화 발신번호를 국내 번호로 조작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