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끼리도 협업… 국가도 FTA(자유무역협정)로 경제 영역 넓혀야
입력 : 2011.12.19 03:00
[다극화 체제 생존 전략] 국제기구 전문가 좌담
개방경제 시대의 FTA - 시장 개척하기 위한 도구일 뿐 정치적으로 선악 따져선 안돼
협업이 경쟁력의 원천 - 독자개발 비용·위험 천문학적… 日·유럽 철강사들 협업 나서
경제 다극화 시대 - 투자·교역 주도권 신흥국으로 세계 경제 성장 엔진 늘어나
◇"개방 없인 성장 못 해…한국의 FTA 정책은 바람직"
좌담회 참석자들은 한국의 FTA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규모 개방 경제국가인 한국이 FTA를 통해 경제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라구치 정책관은 "당장은 자국 시장 보호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협력이 중요한 개방 경제 시대"라면서 "한국은 한·미 FTA로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이 모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중·일 3국 간 FTA 체결의 긍정적 측면도 논의됐다. 하라구치 정책관은 "제조업 강국들인 한·중·일이 FTA로 뭉치면 시너지 효과로 이들 국가의 산업·제품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한·중·일 FTA 체결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교역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국이 FTA에 합의하면 경제 효과가 상당할 뿐 아니라 외교 관계나 북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한국의 FTA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규모 개방 경제국가인 한국이 FTA를 통해 경제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라구치 정책관은 "당장은 자국 시장 보호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협력이 중요한 개방 경제 시대"라면서 "한국은 한·미 FTA로 농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이 모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중·일 3국 간 FTA 체결의 긍정적 측면도 논의됐다. 하라구치 정책관은 "제조업 강국들인 한·중·일이 FTA로 뭉치면 시너지 효과로 이들 국가의 산업·제품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한·중·일 FTA 체결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교역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국이 FTA에 합의하면 경제 효과가 상당할 뿐 아니라 외교 관계나 북한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돈다고 들었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FTA는 강력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정치적으로 선악(善惡)을 따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세 듀란 리마 국제연합(UN) 남미위원회 경제정책관은 한국을 FTA 정책의 우등생으로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개방 경제 시대에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FTA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의 FTA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마 정책관은 이달 초 제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산업경제정책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포럼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격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 동향과 한국·중국·일본 3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처음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우천식 KDI 산업·경쟁정책연구부장의 사회로 세계 경제 재편과 관련해 좌담회를 가졌다.
◇"독자 생존 불가…국제 협업 중요성 커져"
더크 필라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산업부장은 "항공기 부품이 몇 개쯤 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좌담회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항공기엔 보통 수백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항공기 제조업체가 모든 부품을 독자 개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적 협력이나 협업 없인 기업은 물론 국가도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그가 질문한 취지였다.
필라트 부장은 이어 "협업은 항상 효율적이며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면서 "서로 다른 기업·국가가 서로 다른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경쟁사끼리 협업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필라트 부장은 "유럽·일본 철강사들은 철강 제조 신기술 개발을 위해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한 뒤, "지적 재산권 보호 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협업으로 개발한 기술 가운데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보호할지 세밀하게 규정하는 협상을 통해 지적 재산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라구치 노부야 국제연합(UN) 공업기구 산업정책관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며 "혁신을 위한 비용과 위험이 천문학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혼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혁신에 나섰다 실패하면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면서 "자동차 생산의 기술 수준이 비슷한 한국과 일본이 협업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듀란 리마 국제연합(UN) 남미위원회 경제정책관은 한국을 FTA 정책의 우등생으로 평가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개방 경제 시대에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FTA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의 FTA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마 정책관은 이달 초 제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산업경제정책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포럼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격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 동향과 한국·중국·일본 3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올해 처음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우천식 KDI 산업·경쟁정책연구부장의 사회로 세계 경제 재편과 관련해 좌담회를 가졌다.
◇"독자 생존 불가…국제 협업 중요성 커져"
더크 필라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과학기술산업부장은 "항공기 부품이 몇 개쯤 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좌담회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항공기엔 보통 수백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항공기 제조업체가 모든 부품을 독자 개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적 협력이나 협업 없인 기업은 물론 국가도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 그가 질문한 취지였다.
필라트 부장은 이어 "협업은 항상 효율적이며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면서 "서로 다른 기업·국가가 서로 다른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게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장을 놓고 다투는 경쟁사끼리 협업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필라트 부장은 "유럽·일본 철강사들은 철강 제조 신기술 개발을 위해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한 뒤, "지적 재산권 보호 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협업으로 개발한 기술 가운데 어떤 부분을 공유하고 보호할지 세밀하게 규정하는 협상을 통해 지적 재산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라구치 노부야 국제연합(UN) 공업기구 산업정책관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며 "혁신을 위한 비용과 위험이 천문학적으로 늘었기 때문에 혼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혁신에 나섰다 실패하면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면서 "자동차 생산의 기술 수준이 비슷한 한국과 일본이 협업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부상…경제 다극화 시대"
만수르 다일라미 세계은행 신흥시장부장은 세계 경제 주도권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신흥국이 급부상하면서 다극(多極) 체제로 재편되는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2025년까지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한국 6개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극 체제가 경제 위기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에 타격을 주는 뇌관(雷管)의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일라미 부장은 "자동차는 엔진 하나로 달릴 때보다 여러 개일 때 더 빠른 속도를 낸다"면서 "다극 체제는 성장 엔진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마 정책관은 국제 투자와 교역의 주도권도 신흥개도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투자·교역이 주로 북(선진국)에서 남(개도국·저개발국)으로 흘렀지만, 지금은 '남에서 남으로' 또는 '남에서 북으로' 진행되는 투자·교역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남미·아프리카가 보유한 원자재·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하지만 신흥국이 자국 성장을 위해 다른 신흥국의 기회를 박탈해 새로운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최근 자국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자원 확보와 경제 지원을 빌미로 아프리카 경제를 예속화하려는 '신(新)식민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만수르 다일라미 세계은행 신흥시장부장은 세계 경제 주도권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신흥국이 급부상하면서 다극(多極) 체제로 재편되는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2025년까지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한국 6개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극 체제가 경제 위기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에 타격을 주는 뇌관(雷管)의 수가 늘어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일라미 부장은 "자동차는 엔진 하나로 달릴 때보다 여러 개일 때 더 빠른 속도를 낸다"면서 "다극 체제는 성장 엔진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마 정책관은 국제 투자와 교역의 주도권도 신흥개도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투자·교역이 주로 북(선진국)에서 남(개도국·저개발국)으로 흘렀지만, 지금은 '남에서 남으로' 또는 '남에서 북으로' 진행되는 투자·교역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남미·아프리카가 보유한 원자재·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면서 "하지만 신흥국이 자국 성장을 위해 다른 신흥국의 기회를 박탈해 새로운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최근 자국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자원 확보와 경제 지원을 빌미로 아프리카 경제를 예속화하려는 '신(新)식민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