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거리서 담배 피우면 과태료 10만원"

서울시내 주요 광장과 중앙차로 버스 정류장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흡연이 금지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한나라당)은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도(人道) 같은 길거리에서 흡연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18일 밝혔다. 남 의원은 "내년 2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3개월 정도 계도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흡연자들은 각 건물이 지정한 흡연구역이나 이면도로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길거리 간접흡연이 얼마나 피해를 끼치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는 발암물질이 60여종, 독성물질 4000여종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길거리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것 자체가 질병을 일으킨다는 식으로 정리된 건 없다. 있다면 불쾌감 같은 심리적인 게 있다"고 말했다. 이때 뒷사람은 담배 연기를 맡으면서 눈과 목이 따갑고, 불쾌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금연 전도사'로 알려진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는 "흡연자들이 담배 피우면서 걸어갈 때 (담배)높이가 아이들 코 높이라는 게 가장 문제"라며 "길거리 흡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길거리는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선진국으로 가고 있는 만큼 서로 공간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0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흡연율은 23.7%(남성 43.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간접흡연 경험률이 97.5%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의 길거리 금연 개정안에 대해 이현숙(36)씨는 "아이와 걸을 때마다 담배 불티와 연기 때문에 화가 치민 적이 많았다"면서 "거리 금연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개정안에 대해 "흡연자의 권리를 짓밟는 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이렇게 흡연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곳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승준(28)씨는 "지정된 흡연구역도 주로 길거리에 붙어있는데 이러다가 시내 모든 곳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정경수 회장은 "그동안 금연구역 지정, 캠페인 등으로 올바른 흡연문화가 정착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정해 강제하는 것은 독재국가의 방식"이라며 "간접흡연이 문제가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속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