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마음 데울 가장 따뜻한 점퍼

"우리가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점퍼예요. 홀로 사시는 노인들께서 친손주가 만든 거라고 생각하고 입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17일 서울 건국대 예술문화대학 의상학과 실습실. 기말고사 끝나고 처음 맞은 토요일인데도 의상학과 학생 20여명은 분주했다. 잠이 부족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들에겐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실습실 한편에는 지난 반년간 이들이 만든 점퍼 30벌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독거 노인들에게 선물할 겨울옷이다. 마무리 작업에 이어 마네킹에 옷을 입혀 기념 촬영까지 하고 나자 프로젝트 리더 안경호(26)씨가 말했다. "얘들아 그동안 수고들 했어.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따뜻한 겨울을 나실 거야." 학생들은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번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는 안씨가 냈다. 졸업하고 의류회사에 취직한 선배들이 "실습할 때 쓰라"며 준 천들을 어디에 사용할지 생각하다가 올해 초까지 종로구의 한 주민자치센터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보아온 독거 노인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의 제안에 의상학과 학생 28명이 의기투합했다.

이후 제대로 된 점퍼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매주 한 번 모여 머리를 맞댔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색과 디자인을 알아보려고 노인용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했고, 손동작이 더딘 그들을 위해 교통카드 주머니를 따로 만드는 등 아이디어를 더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의상학과 사무실은 한 벌당 1만5000원을 지원하면서 작업실까지 내주었다.

학생들은 오는 22일 광진구 화양동의 홀로 사는 노인들 집을 찾아가 편지와 함께 점퍼를 한 벌씩 전할 예정이다. 김가은(20)씨는 "아직은 학생이라 솜씨가 좀 떨어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예쁘게 봐주시고 즐겨 입으셨으면 해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