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사건이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신용등급 결정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북한문제를 거론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S&P는 한국에 일곱째 등급인 A, 무디스와 피치는 여섯째 등급인 A+, A1을 각각 부여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사건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1차적인 반응은 "현재로선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S&P는 19일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권력 이양이 순조로우면 한국 신용등급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혼란이 있더라도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토머스 바이언 무디스 부사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나 전쟁 발발이 한국 경제에 중대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한국 경제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치도 성명을 통해 "당장 한국의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평사들이 올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음 신용등급 조정이 내년 연말쯤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일 사망과 관련한 한국의 국가 신용 리스크가 당장은 크게 부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 후계구도에 문제가 생기고, 이것이 남북한 정세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S&P는 지난 14일 한국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후계문제 등 북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 북한 붕괴에 따른 통일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피치는 19일 성명에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한국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