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일본 불교의 사리함에서 신라를 만나다

일본 열도 한가운데 있는 시가현(滋賀縣)의 중앙에는 일본 최대의 내륙 호수인 비와호(琵琶湖)가 자리 잡고 있다. 호수 남쪽에는 일본 천태종의 발상지인 히에이산(山)이 솟아 있고 이 산을 넘으면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京都) 시가지가 펼쳐진다. 이 같은 지리적 환경 덕분에 시가현에서는 비와호를 중심으로 일찍이 불교문화가 꽃을 피웠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이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일본 비와호 지역의 불교미술-호수에 비친 극락왕생의 염원' 특별전을 20일 개막했다. 일본 문화청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국제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해외 순회전 형식으로 기획한 전시로 2009년 영국, 2010년 태국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열린다. 시가현 오쓰시(大津市)에 위치한 시가현립비와호문화관의 기탁·소장품을 중심으로 일본의 국보 4건, 중요문화재 31건 등 불교미술품 59건 94점이 선보인다.

얼핏 낯설게 보이는 유물이지만, 알고 보면 우리 문화와도 관련이 깊은 곳이다. 고대부터 백제 유민들이 정착해 한반도에서 전래된 불교문화가 초기에 뿌리내린 곳이고, 조선통신사가 왕래하던 길인 '조선인가도(朝鮮人街道)'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가장 눈길 끄는 유물은 7세기 후반 일본 아스카 시대에 제작된 스후쿠지(崇福寺) 사리용구. 사리가 담긴 짙은 녹색 유리병을 3개의 상자에 겹겹이 담아 보관하는 구조가 경주 황복사지(皇福寺址)에서 출토된 사리용기의 구성과 비슷해 주목된다. 류승진 학예연구사는 "사리가 봉안된 사리호와 내함, 외함, 외합의 4중 중첩 형식으로, 한반도에서 넘어간 기술로 제작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031년에 제작된 엔랴쿠지(延曆寺) 소장 '보상화 문양 경전함'은 화려한 불교 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며, 온화한 표정으로 왼팔에 안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는 '귀자모상(鬼子母像)'은 당시 고려 미술과는 다른 가마쿠라 공예의 극사실적 표현기법을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