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합니다… 60년전 북으로 끌려간 분들을 위해"

"사나이가 울긴 왜 우느냐. 할머니와 어머니 잘 모시고 동생들 데리고 잘 살아야 한다."

최광석(78·경기도 동두천)씨는 61년이 지난 지금도 1950년 9월 17일 아버지(최준·당시 49세)의 마지막 모습을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서울 제기동의 정치보위부 건물. 아버지는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열일곱 살 맏아들에게 가족을 부탁했다. 서울 대광고 교사였던 아버지는 5·10선거 참여 운동을 벌였는데, 이것이 빌미가 돼 인민군에 붙잡혔다. 아버지는 평북 영변 출신. 사실상 아버지의 가장 큰 '죄'는 '월남한 기독교 장로'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북으로 끌려갔다.

20일 저녁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전병금 목사)가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연 '6·25전쟁 납북 인사 가족과 함께하는 2011 한목협 성탄예배'에는 최씨와 같은 6·25 납북 인사 가족 30여명이 참석했다. 매년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성탄예배를 드려온 한목협이 납북 인사 가족과 함께하는 예배를 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 한목협 소속 목회자들이 개신교계 납북 인사를 기억하고,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가 진행 중인 '물망초 배지' 달기 캠페인 후원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예배에서 북한인권단체연합회 공동대표 김성호(81) 목사는 "한 통계에 따르면 6·25 때 납북된 종교인은 194명, 피살된 종교인은 176명에 달한다"며 "교회가 납북 인사 가족에 대해 이런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상 61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김 목사의 아버지 김유연 목사도 납북됐다. 남침 이틀 후인 1950년 6월 27일 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서울 사수'를 결의한 아버지는 7월 말쯤 아들을 배에 태워 한강을 건너 피신시켰다. "나는 하나님 앞에, 교회 앞에 약속한 게 있다"는 게 마지막 유언이 됐다. 김성호 목사는 "6·25전쟁 뒤 한국 교회에는 한강을 건너 피신한 사람들은 '도강(渡江)파', 서울에 남았던 사람들은 '잔류파'로 부르며 '잔류파'는 묵시적으로 공산당에 부역했을 것이라는 오해가 퍼져 있었다"며 "그래서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고, 교회도 관심이 적었다"고 했다. 이미일 이사장도 "한국 교회가 마침내 납북 인사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하기 시작했다는 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목협은 이날 물망초 배지 달기 캠페인 후원금 등으로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 2000만원을 전달했으며 모금과 후원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