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산타를 아십니까, 제게 왔습니다"

"최고의 경주마에게서 '다리'를 선물 받았으니 바람처럼 달려야죠. 올림픽 금메달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손으로 바퀴를 굴리는 장애인 경기인 핸드사이클 양정관(45) 선수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경주마에게 받았다. 지난달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8회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경주마 '당대불패'가 서울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1억원 가운데 일부가 양씨의 핸드사이클로 돌아온 것이다. 당대불패는 지난해에 이어 대통령배를 2연패한 최고의 경주마다.

강남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 스포츠선수단 소속으로 국가대표인 양씨는 "그동안 핸드사이클이 없어 일반 휠체어로 연습했다"면서 "당대불패가 선물해 준 핸드사이클로 내년(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내겠다"고 말했다. 양씨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목발과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온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이다. 10여년 전 여성용 액세서리를 만드는 사업을 하다 5000만원의 빚만 남았다.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던 그는 2009년 핸드사이클을 접했다. "귓가로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과 다시 싸워볼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전국장애인휠체어사이클 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하면서 정식으로 핸드사이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는 전국장애인사이클 도로선수권대회 개인독주 1위와 개인도로 2위로 입상하고 제3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는 서울시대표로 선발되는 등 1년 남짓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는 3개월에 한 번씩 장애인 체육회에서 핸드사이클 대여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나마 핸드사이클이 부족해 빌리지 못하면 일반 휠체어로 연습을 했다. 그는 1500만원대에 달하는 핸드사이클을 살 수 없는 처지였다. 이제 자신의 핸드사이클을 갖게 된 양씨는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런던올림픽이 제 인생의 목표죠. 선수 생활이 끝나면 다른 장애인들에게 핸드사이클을 가르치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그의 사연을 들은 당대불패의 마주(馬主) 정영식(51)씨가 핸드사이클 기증을 결심했다.

"경주마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리예요. 양씨에게 핸드사이클은 다리나 마찬가지니 그만큼 중요할 겁니다."

정씨는 "당대불패가 세상에 희망을 나눠 줄 수 있어서 나도 행복합니다"라고 했다. 서울 사랑의열매에 동물 명의로 기부한 건 2009년 12월 경주마 '백광'의 4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다. 정씨는 "초등학교 3학년쯤 태어난 막내 여동생이 세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여동생이 일어서지도 못하는 걸 보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면서 "양 선수가 꼭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사랑의열매는 21일 오전 11시 서울 경마공원 럭키빌 페가수스 라운지에서 기부금 전달식과 핸드사이클 전달식을 갖는다. 정씨는 서울 사랑의열매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