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익률 6%가 어디야… 민간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활발

 

돈 굴릴 데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사회간접자본(SOC) 민간사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밖으로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고 안으로는 지속되는 저금리에 부동산경기마저 장기 침체되면서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어 그나마 SOC 투자가 안정적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 싹 바뀐 민자사업

지난해 착공하려던 제2영동고속도로(경기도 광주~원주)는 올여름까지만 해도 사업이 무산 또는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일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폐지된 이후 선뜻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제2영동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의 금융 자문사인 산업은행이 지난 10월 투자확약서를 접수한 결과 28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면서 목표액인 1조700억원의 두 배 가까운 2조원의 청약이 몰렸다. 은행·보험·새마을금고·신협 등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달려들어 산업은행은 교통정리를 하느라 행복한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은 이 여세를 몰아 사상 최대 규모의 민자 도로사업인 구리~포천 간 고속도로 민간 투자도 성사시켰다. 이 프로젝트에는 19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총 사업비 1조7042억원 중 1조4539억원을 대기로 했다. 안양과 성남을 잇는 제2경인고속도로 사업에도 21개 금융기관이 6600억원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민자사업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됐던 영천~상주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인천~김포) 건설 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각각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이 사업들은 내년 초 금융 약정 체결을 목표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민자사업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아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6% 수익률이 어디야"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혈세 낭비'라는 비판 때문에 2009년 폐지된 이후 기관투자가들은 한동안 민자사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국내 SOC 투자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최근의 민자사업들은 대부분 준공 후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보장받는 BTO(Build Transfer Operate)방식으로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위험을 떠안는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20~30년짜리 장기 대출인 까닭에 금리가 연 6% 정도로 회사채(연 4%선)보다 높고, 대부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끼고 있어 돈을 떼일 염려도 낮다. 정책금융공사의 황문현 SOC금융실 팀장은 "과거에는 민자 도로의 수요 예측에 거품이 많아 적자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수요 예측을 보수적으로 하기 때문에 손실을 볼 위험도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SOC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도 기관들의 자금이 몰린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SOC에 투자하는 주요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연초 이후 수익률이 6~7%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가 각각 마이너스 13.2%, 4.5%의 수익률을 올린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다.

대형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짓는 일관제철소사업의 금융 주선자로 나서 일본계 등 7개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12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김승권 수출입은행 팀장은 "유럽 재정 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돈 굴릴 데가 없어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