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승상] "자~ 공 간다, 자신있게 슛을 쏴" 뛰면서 닫힌 마음 열어주는 선생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정과 신념으로 묵묵히 교육에 정진해 온 진정한 스승들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조선일보사, 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11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로 뽑힌 교사들은 대한민국 공(公)교육에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아홉 번째를 맞은 '올해의 스승상'은 해마다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특수학교 포함)에서 학습방법 개선과 학생 지도에 특별한 노력을 쏟은 선생님을 선정해 왔다. 심사위원단은 교직생활 전반을 두루 평가해 11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뛰면서 닫힌 마음 열어주는 선생님] 홀트학교 이화원 교사

"호흡하고, 손목 슛! 너무 세, 부드럽게."

"좋았어~ 들어가잖아. 쭉 밀어야 돼, 쭉!"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의 홀트학교 체육관에서 이화원(李和遠·38) 체육교사가 계속 소리를 질렀다. 유니폼을 입은 학생 다섯 명이 이 교사의 지도에 따라 능숙하게 농구공을 드리블하고 골대로 던졌다.

"골인하면 좋아요…. 신이 나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힘이 막 생겨요."

이마에 땀이 맺힌 이 학교 농구부원 안성웅(19)군과 정해선(19)군이 말을 이었다. "다들 드리블이나 슈팅 감각이 아주 뛰어납니다. 팀워크도 좋아요." 이 교사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교사가 정신지체 등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사립 특수학교인 홀트학교에 부임한 것은 올해로 11년째다. 프로 씨름선수였던 그는 IMF 사태 여파로 1998년 팀이 해체되자 고향인 대전에서 씨름 코치로 활동하다 홀트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됐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길인가 보다….' 단국대 특수교육과(92학번)를 나온 그는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소아마비에 걸린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며 학교에 다녔고, 그 친구를 괴롭히려는 아이들이 있으면 방패막이가 되곤 했다.

"세상 누군가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부임한 그는 막막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체육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하게 두 달 동안 축구를 가르쳐 전국 정신지체학생 체육대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기진맥진한 아이들을 본 그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 교사는 "많은 장애 학생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기 쉽다"며 "이들에게 스포츠 교육은 단체생활과 협력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서 남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과 자립 의지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아침에 한번 화가 나면 저녁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한 학생은 운동을 하면서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지적 장애 학생들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신체활동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다만 사회적 편견과 그들을 뛰놀게 할 서비스의 부재 때문에 스포츠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들의 숨겨진 열정을 발견하고 밖으로 드러내게 하는 것이 제 역할임을 깨달았습니다."

2001년 정교사가 된 그는 '친구 같은 교사'를 지도 방식으로 삼고 일상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신경을 기울였다. 다소 우락부락해 보이는 그의 외모에 처음엔 겁을 먹던 학생들도 이제는 '뚱땡이 선생님'이란 별명을 부르며 좋아하게 됐다.

그가 이끄는 팀은 2008년 고양시컵 전국지적장애인 농구대회에서 학생부 우승을 차지했고, 2009년 스페셜올림픽 한국 하계대회에선 5인제 축구로 은메달을 땄다.

같은 학교에서 초등학교 과정 때부터 지도해온 아이들은 이제 몸과 마음이 부쩍 성장했다. 어쩌다 경기에서 져도 먼저 다가와 자신을 위로해준다. "운동할 때 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웃음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 교사는 오는 28일 다른 10명의 교사와 함께 '올해의 스승상'을 받게 된다.

[동아리 활동, 학생들 꿈 키워줘] 강건식(姜健植·40) 창원 광려중

강 교사는 의령중에서 학생 3명을 단원으로 '대금산조 동아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전통 음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학생들을 가르친 지 4년 만에 학생들은 전문가에 버금가는 실력을 키웠다. 강 교사가 이끈 광려중 관현악 동아리 학생들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게 됐다.

[신나고 즐거운 음악줄넘기] 김동섭(金東燮·47) 경북 성주 벽진초

김 교사는 '학교는 오고 싶고 즐거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특기적성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신나고 즐거운 음악줄넘기'를 개발해 가르쳤다. 음악 줄넘기부를 만들고, 휴일과 방학에도 아이들과 함께 줄넘기를 했다. 이 교사가 만든 성주 중앙초 '꿈돌이 음악줄넘기 시범단'은 전국뿐 아니라 아시아·세계줄넘기 대회에서 수상했다.

['발명'을 특기로 아이들 마음을 쏙] 문필주(文弼柱·41) 인천 안산초

문 교사는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만 찾아다녔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다. 문 교사는 불우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발명'을 특기로 개발하고, 아이들을 위해 발명 창의교실을 운영했다. 평상시 수업에서도 아이들에게 흥미를 주기 위해 새로운 방법, 소재를 끊임없이 찾는다.

[체험·실험 위주로 과학 교육] 박용태(朴龍泰·50) 대구 경상여고

책만 들여다보는 입시 위주 수업으로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고 판단, 되도록 실험 위주로 과학을 가르치려고 노력해왔다. 경상여고과학동아리(GSSL)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대학교 실험실을 견학하고, 환경시설관리공단, 기업체, 녹색실천학교 등을 방문하는 등 학생들에게 특별한 과학 체험 기회를 줬다.

[리코더 가르쳐 신나는 학교로] 방선심(方善頁心·47) 수원 영화초

방 교사의 27년 교직 생활에는 항상 '리코더'가 따라다녔다. 새로운 학교에 부임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쳐, 음악적 감수성과 자신감을 길러줬다. 방 교사가 가르친 합주반 학생들은 전국 대회와 콩쿠르에서 여러 번 수상했다.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연주회도 열었다. 영화초는 3년간 리코더특성화교육 최우수학교로 지정받았다.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선생님] 이재옥(李在玉·50) 평창 거문초 병설유치원

강원도 평창 산골의 거문초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13명의 아이들에게 이 교사는 '엄마' 같은 존재다. 이 교사는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지적장애아동이 정서적인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왔다. '사랑의 대화창'이라는 수첩을 만들어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일주일에 두 번씩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이웃에 봉사활동 솔선수범] 이판기(李鈑基·51) 서울 목동중

이 교사의 삶은 '봉사'를 빼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매년 학생들을 인솔해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성금 모금 활동을 벌였다. 한국청소년연맹,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등 전국 규모 청소년 봉사단체의 지도자로 활동해왔다. 목동중은 이 교사를 주축으로 일본 지진과 쓰나미 피해자, 아이티 지진 피해자 등 전 세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활동을 펼쳐왔다.

[졸업생 취업시키는 달인] 조병옥(趙炳玉·53) 군포 산본공고

산본공고는 올해 졸업 예정자의 절반(145명)가량이 취업에 성공, 지난해(20%대)보다 취업률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조 교사가 학생들이 무작정 대학에 가기보다 적성을 살려 취업할 수 있도록 지도한 덕분이다. 조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 대상 진로 특강을 1년에 네 번 열고, 기업 55곳과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연평고 3학년 7명 전원 대입 합격] 최영호(崔永鎬·49) 인천 연평고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연평도. 슬픔 속에서도 기쁨이 찾아왔다. 연평고 고3 7명 전원이 그해 자신들이 원하던 대학에 수시 합격한 것이다. 고3 담임 최영호 교사가 학생들에게 "연평도에서도 명문대에 갈 수 있다"며 대입 진학 지도를 세심하게 한 결과였다. 최 교사는 '으뜸인성 연평인 만들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전교생 21명에 맞춤교육 프로그램] 한미애(韓美愛·48) 평창 계촌중

전교생 21명의 작은 학교에 도시 못지않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다양한 팀 활동을 하고, 개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공부를 가르쳤다. 동문 선배와 이웃한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계촌중 학생들의 멘토로 활동했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