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월드컵 가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52) 감독이 한국 축구를 이끌 새로운 사령탑이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강희 감독을 한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단기간에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대표팀을 최종 예선까지 안정적으로 이끌어 본선 진출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로 최 감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는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6차전 홈경기에서 패할 경우 최종 예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축구협회는 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본선 무대까지 최 감독의 임기를 보장해줄 방침이다. 김진국 협회 전무는 "최 감독과 22일부터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며 "조광래 전 감독과 비슷한 수준(5억~7억원)에서 연봉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1992~1994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호(67) 감독 이후 17년 만의 '고졸' 대표팀 사령탑이다. 기량이 떨어져 서울 우신고 졸업 후 대학 진학에 실패했지만 충의(육군 축구단)를 거쳐 28세에 늦깎이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 수비수로 본선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 소화한 1990 이탈리아월드컵이 최 감독 선수 경력의 하이라이트. 최 감독이 현대 선수로 뛰던 시절 코치였던 김호곤 울산 감독은 "최 감독은 입에 거품이 날 때까지 뛰는 악바리였다"고 말했다.

1995년 수원 삼성의 트레이너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한 최 감독은 2003~2004년 대표팀 코치를 맡아 움베르투 쿠엘류(포르투갈) 감독을 보좌했다. 그는 2005년 7월 전북 현대의 지휘봉을 잡으며 전북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부임한 그해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최 감독은 2006년 팀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9년과 올해엔 K리그 우승을 이끌며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자리 잡았다.

온화한 성격이지만 최 감독은 축구에 대한 고집이 확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올 시즌 내내 '닥공(닥치고 공격)'의 기조를 이어나간 최 감독은 K리그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일궈내며 인기와 성적을 모두 얻었다. 최 감독은 "프로와 대표팀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했다.

선수와 소통 능력이 뛰어난 최 감독이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어놓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 감독은 전북 사령탑 시절 개인 면담도 모자라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편지를 직접 써주는 등의 방법으로 선수들과 끈끈한 신뢰관계를 이어왔다. 이동국·최태욱 등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을 살려내는 능력도 탁월해 '잊혀진 스타'들이 대표팀에서 부활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 감독은 22일 오전 10시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