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기고 첫 영화, 가족이 다시 보이더라

현재 활동 중인 일본 영화감독 중 국제영화제에 가장 빈번하게 초청되는 감독 중 하나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49·사진). 그는 유독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2004년 '아무도 모른다'로 칸 영화제에 초청돼 주연배우(야기라 유야)에게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을 때, 끝까지 경합한 후보가 '올드보이'의 최민식이었다. 지난해 개봉한 '공기인형'에선 한국배우 배두나를 주연으로 발탁했다. 배두나는 이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2006년 처음으로 초청된 뒤 거의 매년 참가한다.

새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하 '기적')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 그를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부모님의 이혼으로 따로 살게 된 형제가 신칸센 고속열차가 양방향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소원을 빌기 위해 떠나는, 조금 판타스틱한 가족 영화"라고 소개했다.

고레에다 감독으로서는 '아무도 모른다'와 '걸어도 걸어도'에 이어 가족을 다룬 세 번째 영화다. 그는 "가족은 친숙하면서도 무엇인지 알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영화로 만들 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똑같이 가족을 다뤘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영화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아졌다. '기적'에서는 아이가 버림받는 일('아무도 모른다')도, 가족 안에 숨어 있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는 장면('걸어도 걸어도')도 없다. 유머 코드도 한층 강화됐다. 그는 "작품을 찍을 때마다 가족 안에서 내 위치가 계속 달랐다"고 변화 이유를 밝혔다. "'아무도 모른다'를 찍을 땐 건강하시던 부모님이 '걸어도 걸어도'를 찍기 전에 모두 돌아가셨어요. '기적'은 아이가 생기고 처음 찍은 가족영화입니다. 당연히 달라졌겠죠."

'기적'에서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2살 터울의 초등학생 형제다. 형 고이치 역과 동생 류노스케 역을 실제로도 형제인 배우 마에다 고키(13)와 마에다 오시로(11)가 연기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원래는 소년·소녀가 만나는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오디션에서 마에다 형제를 만나고는 가족 이야기로 바꾸게 됐다"고 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아역 배우들이란 얘기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열렬히 바라는 게 있다. 아이들은 신칸센 선로 위에서 "배우가 되고 싶다" "도서관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다" 등 소원을 외치고, 외할아버지는 전통 떡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외할머니는 훌라춤에, 아버지(오다기리 조)는 음악에 푹 빠져 있다. "여러 사람들의 소망들로 세계가 이뤄져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나 이 외의 사람들도 각자 원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주인공이 성장하는 것이죠."

그는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배두나씨와 한 번 더 할 거예요. 다음에는 (인형이 아닌) 사람 역할로 하기로 했어요.(웃음) 송강호씨와 김새론양도 언젠가 함께하고 싶습니다."